“3년 이상 펀드운용 필요” 60.8%…장기투자 자리 잡는 듯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국내 펀드 투자자 1000명 동아일보 전화면접 설문조사

# 사례 1

삼성전자에 다니는 김학현(30·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씨는 펀드 가입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 7월 펀드 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매달 100만 원을 국내외 펀드 3개에 적립식으로 넣어 지금까지 총 800만 원 정도 투자했다. 현재 수익률은 ―6% 정도지만 크게 실망하진 않는다.

김 씨는 “전에는 상호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는데 펀드가 수익률 면에서 나을 것 같아 재테크 차원에서 시작했다”며 “환매할 생각은 전혀 없고, 차곡차곡 쌓아 결혼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목표수익률은 20% 안팎이다.

# 사례 2

2005년 펀드 투자를 시작한 회사원 윤정숙(44·여·서울 강남구 역삼동) 씨는 처음 투자한 1200만 원을 2100만 원으로 불려 딸 유학자금으로 쏠쏠히 썼다. 이후 ‘펀드 애호가’가 된 그는 한국 및 중국 관련 펀드 4, 5개에 적립식으로 매달 150만 원을 넣는다.

주식시장이 좋던 지난해 10월경 수익률이 122%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마이너스가 된 펀드가 있어 전체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윤 씨는 “그래도 환매하지 않고 3년 이상씩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이나 중국의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기 적립식 투자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동아일보, 굿모닝신한증권, 동서리서치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외 주가 하락에도 펀드 투자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펀드가 가장 효율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국내와 해외 펀드에 적절히 분산투자를 하는 점, 적립식 투자를 선호하는 점 등 선진국형 투자문화가 이미 상당히 자리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 ‘적립식=장기투자’ 인식 확산

적정한 펀드투자 기간을 묻는 질문에 ‘3년 이상∼4년 미만’이라는 대답이 42.8%로 가장 많았으며 4년 이상도 18.0%나 됐다. 10명 중 6명 이상이 3년 이상 투자를 선호한 셈이다.

또 10명 중 9명(87.9%) 정도의 투자자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는 1954년부터 적립식 투자가 허용된 데 비해 한국에서는 2004년에 적립식 투자가 시작됐음에도 벌써 뿌리를 단단히 내린 것.

미래에셋자산운용 권순학 마케팅담당 상무는 “미래에셋이 적립식 펀드를 팔기 시작한 2004년 이전에는 주식형 펀드 하면 ‘작전’이나 ‘깡통계좌’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지만 이제 적립식은 장기투자, 분산투자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변동에 따라 펀드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참을 수 있는 원금손실 범위는 ‘―10% 이상∼―20% 미만’이 30.5%로 가장 많았다. 또 ‘―20% 이상∼―30% 미만’이라는 응답도 23.7%였다. 반면 ‘원금 손실은 절대 안 된다’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 “주가 오르면 이익 실현” 의지 강해

올해 초 주식시장이 폭락장으로 이어지자 지난달 정부는 긴급 금융위원회를 열어 대량 환매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올해 안에 환매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자가 61.6%로 나타나 대량 환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환매할 계획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코스피지수가 얼마가 되면 환매하겠는가’라고 물었더니 이 중 44.3%는 ‘2,000 선 돌파했을 때’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1,800 선 돌파’(21.1%) ‘1,900 선 돌파’(20.3%)였다. 코스피지수가 1,600 선 밑으로 떨어지면 환매하겠다는 투자자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이는 수익률이 이미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손해를 보고 팔기보다 향후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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