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시련의 겨울’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증시 침체 ‘엎친데’ 유동성 위축 ‘덮쳐’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실버레이크의 창업자 글렌 허친스 씨는 최근 “이제 사모펀드 업계는 앞날이 불투명하다”라고 탄식했다. 일찍이 세계 증시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사모펀드가 처한 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태평양투자관리회사(PIMCO)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안 씨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문에서 “전 세계 증시 침체와 자금 유동성 위축으로 사모펀드 회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비공개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모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사모펀드 회사들은 호황을 누렸다.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이 사모펀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신용 시장도 안정적이었다. 실적이 좋은 일부 사모펀드는 증시 상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았다. 블랙스톤의 경우 지난해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40억 달러(약 3조8000억 원)가량을 조달했다.

그러나 상장 당시 31달러였던 블랙스톤의 주가는 현재 1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기후퇴 우려와 세계 증시 폭락 속에서 기업들은 이제 사모펀드 투자를 꺼리고 있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경우 세계 증시는 물론 경제 전체가 잇따라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에리안 씨는 지적했다.

그동안 사모펀드가 투자한 업체들은 주가가 크게 올랐고,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투자자들도 증시에 뛰어들면서 전체 증시가 상승하고 주가변동성은 낮아졌다. 이는 미국 경제가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모펀드 업계가 되살아날 조짐도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고, 미국 정부와 의회가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자금 유동성이 늘어났다. 사모펀드로서는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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