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IB인력 육성 ‘길닦기’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5분


성과급 차등화-직군 세분화 등 임금체계 손질

지난달 3일 국내 한 시중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일하던 대리급 직원 두 명이 자산운용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은행 임원은 “둘 다 3년간 IB 경험을 쌓더니 갑자기 떠나버렸다”며 “임금체계가 경직된 은행에서는 ‘성과급 문화’가 자리 잡은 증권업계와의 인력 쟁탈전에서 이길 방법이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IB 부문에서도 최근 6개월 사이 7명이 증권사 또는 외국계 은행으로 이직했다.

○은행권에 부는 IB 붐

내년 초 은행업,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업종 사이의 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회사들은 하나같이 “IB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들은 IB 부문을 중심으로 계열사 전체 조직을 뜯어고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6월 하나은행의 IB 부문과 옛 하나증권의 IB 부문을 통합해 IB전문 증권사 ‘하나IB증권’을 세웠다. 신한금융지주도 최근 “신한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IB 부문을 합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 IB식 임금체계 손질

이런 상황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의 하나인 은행들이 우수 IB 인력을 붙잡기 위해 체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은행들이 제일 먼저 손대고 있는 것은 임금체계. 국민은행은 지난달 정규직을 △일반직 △전문직(IB인력 포함) △특수직 등 3개 직군으로 구분하고 직군에 따라 기본급과 성과급을 차별화한 직무급제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손광춘 국민은행 HR 담당 부행장은 “IB 인력은 전체 임금 중 기본급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성과급 비중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의 임금 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IB 인력은 다른 업무와 기본급은 같더라도 성과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붕어빵 인력 키우기’ 벗어나야

하지만 은행의 조직문화가 IB 인력 육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을 창구에서 시작해 은행 내 전반적인 업무를 두루 익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키워 왔다. 전문성보다 일반관리능력에 중점을 두었으며 평등주의적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위험관리 문제도 만만찮다. 한국증권연구원 심보성 박사는 “IB 인력은 고위험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조직문화에서 장기간 훈련받아야 육성할 수 있다”면서 “위험을 최소화해 고객의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은행의 기능과 공격적 투자를 해야 하는 IB의 속성을 동일 조직 안에서 융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존 워커 한국맥쿼리그룹 회장은 “상업은행이 IB 부문을 하나의 부서로 유지하면서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극히 적다. IB 부문을 완전히 분사(分社)하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시중은행들의 투자은행(IB) 인력 확보 방안
금융기관IB 인력 확보 방안
국민은행정규직을 △일반직 △전문직 △특수직으로 나눔. IB 인력이 포함되는 전문직은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체계 개편
하나금융그룹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의 IB 부문을 분리해 하나IB증권 설립. IB 인력의 임금 체계를 개별 연봉계약제로 바꾸는 방안 검토 중
기업은행IB 본부에 팀별, 개인별 성과급을 도입하는 방안 검토 중
우리은행IB 등 투자금융 직군은 일반 직원과 다른 성과급 시스템 적용, 성과에 따라 최대 자신의 연봉 수준까지 별도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음
신한은행IB 그룹은 팀 성과에 따른 ‘팀 인센티브’를 별도 지급
자료: 각 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