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일자리 84%가 20개 기업에 집중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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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0대 기업 고용 분석 결과는 그동안 ‘반(反)기업 정서’와 대외 경제여건 악화 등 어려웠던 경영환경 속에서도 상당수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제조업일수록, 첨단업종일수록 고용 창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정부의 고용정책도 관련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지 않도록 규제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 제조업은 고용 창출의 견인차

고용 증가 규모별 기업 수와 인원
고용 증가 규모기업(개사)고용 증가 인원(명)
5000명 초과6 7만4491
1001∼5000명37 7만7416
101∼1000명233 7만4705
1∼100명258 1만651
변동 없음9 0
고용 감소357 -9만4683
총계90014만2580
2006년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고용 자료가 없어서 2002년과 비교 불가능한 100개 기업은 제외.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나 이번 조사 결과 소위 ‘잘나가는’ 제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은 여전히 대단했다.

2006년 매출액 순위 1000대 기업 가운데 2002년 고용 자료가 있어 비교 가능한 900개 기업 중 제조업체는 464개로 51.6%였다.

이들 제조업체의 고용인원은 2002년 67만6759명에서 2006년 77만4224명으로 9만7465명이 늘었다.

이는 같은 시기에 늘어난 전체 고용인원(14만2580명)의 68.4%에 이르는 것으로 제조업이 고용 창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자리를 많이 늘린 상위 20개 기업의 고용 창출 인원은 11만9140명으로 전체의 83.6%에 이르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출자총액제한과 순환출자제한, 채무보증제한 등 이른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따른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이다.

정부가 그동안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적용했던 이런 규제를 없애면 일자리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일자리를 만든 기업인이 존경받도록 하겠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정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일자리 늘린 기업의 교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GM대우자동차 등 상위 1∼3위 기업은 각각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기업 △외국 투자 유치의 성공 사례 △노사 상생의 모델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2002년 고용인원은 4만8421명으로 2001년(4만6600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 △2003년 5만5379명 △2004년 6만1899명 △2005년 8만594명 △2006년 8만5813명 등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2년부터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대졸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생산직 사원의 채용을 공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2002년 40조5115억 원 수준에서 2006년에는 58조9727억 원으로 45.6% 늘었다. 지난해 해외 실적을 포함한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본사 기준으로 63조1800억 원의 실적을 올린 것도 이 시기의 투자 확대와 고용 증가가 뒷받침된 결과다.

LG전자가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설립한 LG필립스LCD 역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이 2002년 3개에서 2006년 7개로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고용인원도 5839명에서 1만6520명으로 증가했다.

GM대우차도 연구개발(R&D) 인력과 생산직 근로자를 늘리고 대우자동차 시절 법정관리 때문에 해고됐던 인력까지 복직시킨 결과 8237명에서 1만5826명으로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세계시장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는 기업이고 GM대우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고용 창출이 어떤 기업으로부터 유발되는지 알 수 있다”며 “상위 업체에 서비스 기업이 적은 것은 서비스업 경쟁력이 낙후돼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용 창출 비결은 투자 확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 기업들에서는 ‘투자 확대→고용 창출→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고용인원이 2002년 2만5024명에서 2006년 3만1201명으로 늘어 5위를 차지한 LG전자도 R&D 인력을 대폭 확충한 데 따른 결과다.

LG전자의 급여총액은 2002년 1조2100억 원에서 2006년 1조8200억 원으로 61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용 증가 인원이 6177명인 점을 감안하면 양질의 고용 창출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증가 인원의 32%(1949명)가 여성인 점도 눈에 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술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감성적인 디자인 역량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여성 인력을 대폭 채용한 결과”라며 “(분석 대상 시점이) 가전제품에서 디자인이 강조되던 시기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8위를 차지한 삼성전기(고용인원 8438명→1만2664명) 관계자도 “2002, 2003년경부터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디지털화, 고기능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2002년 4.0%였던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을 2006년 12.1%로 끌어올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제조업에서 ‘고용 없는 성장’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제조업이 투자를 확대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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