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설 선물 마케팅 ‘價에서 鮮으로’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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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릭∼.’ 18일 오전 6시 30분.

호루라기 소리가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수산물 위판장의 아침을 깨웠다.

배에서 갓 내린 생선상자를 이리저리 살피던 중매상들이 희망 가격을 적어 경매사에게 넘겼다.

즉석에서 새 주인이 결정됐다.

신세계백화점의 주문으로 갈치를 낙찰 받은 중매상 이성남(52) 씨가 싱싱한 은갈치를 곧바로 ‘신세계’ 로고가 찍힌 포장지에 담았다. “서둘러야 비행기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손놀림이 무척 빨라졌다.》

○ 중간마진 없애 작년가격에 공급

이전에는 이곳에서 낙찰된 생선은 중간 유통업체를 거쳐 백화점에 납품됐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이처럼 산지(産地)에서 생선을 직접 사들여 바로 매장으로 보내고 있다. 더욱 신선한 생선을 고객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설을 앞두고 이런 유통구조를 선물세트에까지 넓혔다. 위판장에서 낙찰 받은 갈치를 산지에서 가공해 백화점으로 직송하는 것이다. 얼리지 않은 갈치로 선물세트를 만드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제주에서 경매로 팔리는 갈치는 잡은 뒤 배에서 바로 냉동창고로 보내지는 선동(船凍)갈치와 얼리지 않은 생물(生物)갈치로 나뉜다. 고깃배가 자주 드나들며 내놓는 생물갈치는 열흘 이상 바다에서 조업해 배에 비축하는 선동갈치보다 값은 비싸지만 맛이 더 좋다.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팀 이재우(39) 바이어는 “선동갈치로 선물세트를 만들려면 언 갈치를 일단 녹인 뒤 내장을 없애고 다시 얼리지만 생물갈치는 해동 단계가 없다”며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앴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속탐지-유전자검사까지

제주시 한림읍에서는 도도수산이 신세계백화점의 위탁을 받아 선물세트를 만든다. 작업장에 들어가려면 위생복과 장화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기로 먼지를 떨어내는 에어샤워도 필수다. 절단, 세척, 포장도 최신 설비로 이뤄진다. 이 회사 강칠석(42) 공장장은 “혹시 낚싯바늘 조각이 섞여 있을지 몰라 모든 생선을 금속탐지기로 샅샅이 검사한다”며 “공정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살펴야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선물세트는 할인점에 비해 고가(高價)이고 비슷한 가격대가 많아 승부는 품질에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신선’과 ‘위생’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일정 기준을 통과한 한우를 선물세트용으로 쓴다. 또 현대백화점은 식품 선물 배송 때 항균 밀폐용기를 사용한다.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팀 이종묵 팀장은 “명절 때마다 새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고민스럽다”며 “맛과 선도는 소비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단순히 포장만 바꾼 제품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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