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이앤지 서인수 사장 “시장은 먼저 가서 잡아야”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김경제 기자
김경제 기자
㈜성도이앤지가 최근 중국 동북3성의 하나인 헤이룽장(黑龍江) 성 다칭(大慶) 시에서 3700억 원을 들여 고품격 주거시설과 골프장을 짓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해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최대의 유전지대인 다칭은 인구 262만 명에 중국 횡단철도가 통과해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도시로 꼽힌다.

1987년 창사 이후 20년 넘게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설비 전문업체로 건실하게 성장해 온 성도이앤지가 개발사업에 나선다는 것은 다소 생소했다.

서인수(53·사진) 성도이앤지 대표이사 사장은 9일 중국 동북 3성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시장(市場)은 친구 따라 장에 가듯 쫓아가는 게 아니라 앞서 가서 기다려야 잡을 수 있다”며 ‘길목론’을 강조했다.

서 사장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해 삼성의 초기 반도체사업에 참여했다가 1987년 성도이앤지를 창업했다. 그는 회사를 200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켰으며 지난해 말 현재 국내외 직원 4000명에 연간 매출액 2000억 원(자회사 포함)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중국에서 개발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성도이앤지는 중국과 국교를 수교하기 전인 1989년부터 이미 중국에서 반도체 관련 설비 제작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성도이앤지가 100% 출자한 중국 현지법인인 성도건설은 최근까지 플랜트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다칭 개발 프로젝트는 이곳에서 반도체공장을 짓던 중 가능성을 보고 입찰에 참여해 따낸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나.

“다칭은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는 도시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과거 서울 강남 개발처럼 구도심을 확장하는 사업과 비슷하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흔히 ‘차이나 리스크’를 이유로 중국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리지만 이번에는 하나은행을 주간사회사로 국내 10개 금융회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했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한계 산업 위주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자 베트남 캄보디아 등 후진국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도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주택을 짓는 등 사업을 해 왔지만 주로 교민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는 발전이 없다. 이번 사업은 중국 현지인을 겨냥한 사업이다. 특히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연안지역 개발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서부 내륙과 동북3성이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다. 우리의 전략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10년 후 회사의 청사진은 뭔가.

“현재 1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신입사원이 해외지사만 들러도 5대양 6대주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 시장에 한계가 있는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은 제한된 파이를 놓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기술로 경쟁력 있는 시장에 진출해 해외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서 사장은 이 대목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대리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일본제 부품을 썼는데 일본 거래처에서 늘 밑지면서 판다고 해 ‘그럼 왜 파느냐’고 따진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일본인이 70% 가격에라도 팔면 수많은 하청업체가 먹고 살기 때문에 밑져도 수출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평생 못 잊고 있습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