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문제가 뭔가요]경기 고양시 일산동 중식당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49분


코멘트
중산층 주부 대상 퓨전 레스토랑 어떨까요



<1>초보창업자,‘길을 잃다’

다짜고짜 눈물부터 쏟았다. 동아일보에 컨설팅 의뢰 e메일을 보내고 기다린 전화. “어떤 문제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설움이 복받치는 듯했다.

허모(51·여) 씨는 올해 8월 15일 1억3000만 원을 투자해 경기 고양시 일산동의 중식당 ‘△△박사’를 인수했다. ‘△△박사’의 옛 주인 A 씨와의 친분으로 자주 들렀던 음식점은 늘 손님이 많은 듯 보였다.

A 씨는 어느 날 “여기 말고도 중식당 3개를 운영하려니 좀 힘이 든다. 도와줄 터이니 한번 운영해 보라”고 제의했다.

허 씨는 혼자 힘으로 부산에서 아이 둘을 키우다 최근 직장을 그만둔 여동생(44)이 떠올랐다. 평생을 주부로 살아왔지만 동생과 동업하면 서로에게 힘이 될 것 같았다.

“동생의 아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때까지 제가 우선 식당을 운영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맡고 보니 매출이 떨어져 동생에게 함께 하자고 말할 수가 없네요.”(허 씨)

부푼 기대감으로 시작한 사업은 인수 다음 날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로 뒤범벅됐다. 개업 당일 주방장이 예고도 없이 다른 중식당으로 옮겨 버렸고, 이후 하루 60만 원이라던 매출이 하루 30만 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2>분식집인지…전문 중식당인지…

17일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과 찾아간 ‘△△박사’는 일산의 주요 학원가인 후곡마을에 있었다.

대로변의 5층 건물 중 모서리 1층이긴 했지만, 음식점 정면에 9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있었고 주변에 학원, 오피스가 밀집해 있어 상권(商圈)은 좋은 편이었다.

출입문을 여니 음식점 중앙에 놓인 석탄 난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난로 없이 온풍기만 사용하면 연료비가 한 달에 70만 원 이상 들어가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음식 가격은 자장면 2500원, 탕수육(작은 것) 6000원 등으로 저렴해 ‘저가(低價) 분식형 중식당’ 같았다. 하지만 홍등(紅燈) 중국식 벽지 등은 다소 무거우면서 전문 중식당 같은 분위기를 냈다.

“학생이 많아서 저렴하게 팔지만 자장면과 같은 면류만 팔아서는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아파트 주민 대상으로 요리를 팔고 싶은데 잘 안 나갑니다.”

한 번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태산정식(볶음밥+탕수육+짬뽕), 돈짜라이스(돈가스+자장면+밥), 짬짜면(짬뽕+자장면), 탕수육짬뽕 등의 메뉴도 추가했다.

“주방에서는 오히려 이런 복합메뉴를 하면 일만 많고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3>이렇게 해 보세요

이 소장은 “중식당은 주방장 관리가 가장 까다로운 업종이어서 초보자에게 적절하지 않다”며 “주방장에게 매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해서라도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상호, 간판, 주요 메뉴의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주요 고객층에 맞게 통합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와 오피스가 밀집한 곳인 만큼 ‘분식형’ 중식당보다는 고학력 중산층 주부들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근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퓨전형 중식인 익스프레스타입이나 동남아처럼 요리류와 밥류를 한 접시에 담아서 파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로 팔리는 메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주력 고객을 어느 층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소장은 “허 씨의 경험은 초보 창업자들이 흔히 겪는 일”이라며 “인수할 때는 이전 주인과 한 달 정도는 함께 일하면서 배우고, 메뉴 구성, 운영 노하우, 그리고 하다못해 간판의 위치까지도 꼼꼼하게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창업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자 여러분의 사연을 e메일로 접수해 선정된 분께는 전문가의 무료 컨설팅 기회를 드립니다. 신청은 larosa@donga.com으로 하시면 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