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옥]지쳐버린 중소기업에 희망의 포옹을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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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는 없는 기념일, 12월 14일은 허그 데이(Hug Day)다. 추운 겨울 연인끼리 껴안는 것이 허락되는 날로 포옹으로 추위를 함께 녹이자는 뜻이란다. 보통은 어른들의 숨겨진 상술 때문에 무슨 ‘데이’ 하면 느낌이 좋지 않지만 올해 맞이한 허그 데이는 왠지 느낌이 다르다.

침체된 경기 속에서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포옹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오프라 원프리가 출연자들과 나누는 포옹은 이야기로 풀 수 없는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사람에게 공평하고 따뜻하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굳이 사람과 사람만의 포옹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요즘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대한 각종 의혹과 폭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물론 경제 위기를 운운하면서까지 불법을 면책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칫 반기업, 반기업인 정서가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인들은 거듭된 경영난과 함께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많이 지쳐 있다. 한 예로 최근 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로 중소 건설업체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소비와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등 부진한 건설 활동이 국가 경제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분양이 적체된 몇몇 건설사가 도산하는 등 건설 경기의 각종 지표가 온통 빨간 불이다. 그런데도 마치 건설사 전체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것처럼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작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창출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현실감 없는 중소기업 육성책으로 표를 달라 하고, 국민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며, 학생들은 취업 전선에서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전체 기업 중 99%를 차지하는 300만 개의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작은 기업, 힘없는 기업, 도와줘야 하는 기업 등 일반적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10년 전 외환위기 때 국민과 함께 지혜롭게 극복했던 경험은 중소 기업인들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이다. 장롱 속에 감춰 두었던 결혼 예물, 돌 반지, 회갑 선물을 모았던 금 모으기 운동은 국민 전체가 하나가 되는 힘을 보여 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함께하고자 한 온 국민의 포옹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허그 데이 하루만이라도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포옹이 필요하다.

이정옥 ㈜워터웍스유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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