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O$!”…해외차입 막히고 스와프시장 공급도 줄어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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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그러느냐. 한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일본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 UFJ은행의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는 정인우 외환팀장은 요즘 외국의 외환 관계자에게서 이런 연락을 자주 받는다.

정 팀장은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에서 ‘무슨 일이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한국의 은행들이 더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달러를 구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권에 ‘달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등으로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 오기가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달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환당국이 달러를 시장에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시장이 해결할 문제”라는 반응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확산… 외화 차입금 만기일도 코앞에

‘달러 기근 현상’은 이달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게 도화선이 됐다.

세계적으로 신용경색이 확산되자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의 국내 주가 급락과 외국환평형채권 가산금리 급등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달러는 유로화나 엔화에 대해서는 약세지만 원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강세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지난달 31일 900.70원에서 이달 23일에는 930.60원까지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했다.

은행들이 은행 간 자금 조정이나 환 위험 헤지(방어)를 위해 참여하는 스와프시장에서도 달러 공급이 줄었다. 신용경색으로 국내 은행의 외화채권발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외국은행 국내지점도 본점에서 대출 자제에 나서면서 국내 은행의 달러 차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달러 수요가 늘고 달러 공급은 줄면서 외화 차입금 만기일마저 코앞에 닥친 은행들은 애만 태우고 있는 형편이다.

신한은행 외환팀 이병석 과장은 “일시적으로 수급이 꼬인 상황”이라며 “이런 병목 현상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외환보유액에서라도 풀어야” vs “시장 스스로 해결해야”

은행들은 “외환당국이 달러를 좀 풀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외환보유액(2600억 달러)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 공급하라는 얘기다. 은행권에서는 부족한 달러 규모가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한국은행 안병찬 국제국장은 “시장에서 생긴 문제는 시장이 자체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국제 신인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은행들이 그동안 기업들과의 거래에 과도하게 치중해 달러 부족을 자초한 감이 있다”며 “더 높은 가산금리를 주고서라도 은행이 알아서 달러를 조달하라”고 일축했다.

재정경제부 임영록 제2차관과 신제윤 국제금융국장도 최근 “스와프시장의 자율에 맡겨둘 것”이라며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스와프(Swap)시장::

현물환 매도-선물환 매입 또는 그 반대의 형식으로 거래를 하거나 원화와 달러를 교환해 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시장이다. 조선업체나 해외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환 매도에 나서면 은행들은 선물환 매입을 한 뒤 스와프시장에서 다른 은행과 현물·선물환을 사고파는 계약을 맺어 스스로 환 헤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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