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기술 뛰어난 협력업체 동반진출 해외시장 석권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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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도움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중소기업들

《공존공생의 길은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대기업의 도움이 없으면 해외 진출을 꿈꾸지 못했을 중소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고,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빠르게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 협력업체 해외 정착 지원

2002년 2월 정도산업의 최성복 부사장은 중국 베이징 출장길에 올랐다. 경북 경주시 외동읍에 공장을 두고 현대중공업에 건설장비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의 부사장으로서는 이례적인 해외 출장이었다.

최 부사장의 임무는 중국시장 진출 결정을 위해 필요한 시장조사. 현대중공업이 중국 동반 진출을 제안했던 것이다. 1998년에 설립돼 2000년부터 현대중공업에 납품을 시작한 기업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정도산업은 현대중공업 현지회사에 납품하는 물량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독자적인 법인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2002년 5월 ‘북경정도유한부품공사’를 설립했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에는 고품질의 부품을 공급해 줄 업체가 필요한 때였다. 베이징에는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건설장비업체도 많아 정도산업의 잠재 수요처는 많은 편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안정적인 물량 주문뿐만 아니라 기술 교육과 설비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도산업을 지원했다. 정도산업이 위험요인 때문에 설비에 과감히 투자하지 못했을 때 현대중공업은 생산 설비를 임대해 줬다. 또 운전자금을 위해 초기에는 대부분의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했다. 새로 들인 설비에 익숙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정도산업의 중국 공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일도 많았다.

덕분에 북경정도유한부품공사는 2003년 70만 위안(약 8750만 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7500만 위안(약 93억7500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 부사장은 “2005년부터는 순이익을 내는 등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며 “현대중공업의 제안과 도움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 협력업체와 함께 진출해 해외서비스 질 높여

SK텔레콤은 2003년 7월 베트남에서 에스폰(S-Fone)이란 이름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하면서 협력업체와 함께 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활용한 일종의 통신 기술 수출이었기 때문에 관련 기술에 익숙한 국내 중소기업이 필요했다.

델코웨어, 유엔젤, 엔텔스 등 9개 기업이 참여해 2005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약 100억 원의 공동 매출을 올렸다. 올해 안으로 가입자를 350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중국 무선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면서 관련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도 잇달았다. SK텔레콤은 잠재력이 큰 중국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우수 협력업체의 콘텐츠와 솔루션 개발 능력이 필요했다. 네오엠텔, 다날, 모바일온, 야호 등 22개 국내 협력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덕분에 SK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의 합작법인인 유니에스케이(UNISK)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초기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2004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총 1128만 달러(약 104억3400만 원)의 공동 매출을 올리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작년 5월에는 미국 시장에도 함께 진출했다. 미국 합작법인 헬리오(HELIO)를 출범시키면서 20개 회사를 참여시켰다.

협력업체들은 SK텔레콤과의 동반 진출로 해외에서 콘텐츠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지원

올해 10월 직원 30여 명의 벤처기업 피에스디테크는 중국 베이징전력공사와 첫 납품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내년부터는 점차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다른 전력 공사와도 수출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전망은 더 밝다.

직원 30여 명 대부분이 연구 인력인 이 회사가 중국 시장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은 한전의 ‘중소기업 수출 촉진 사업’ 덕이다.

이 회사가 2006년에 만든 제품은 ‘부분 방전 진단 시스템’. 변전소 내의 전력기기를 자동으로 진단해 주는 시스템이다.

한전은 기술이 개발됐을 때부터 지원에 나섰다. 제품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해 줬고 제품 상용화에 4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상용화 후에는 한전의 신규 변전소를 중심으로 이 제품을 적용했다.

제품 개발이 끝난 직후에는 베이징의 전력기기 전시회에 함께 나갔다. 국내 전력기기 시장은 좁기 때문에 신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이 중요하다. 한전은 이런 이유로 1993년부터 해외수출을 염두에 둔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전력기자재 전시회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에 참가비용과 항공화물운송료 등을 지원한다.

한전이 운용실태 등을 잠재 수요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피에스디테크가 중국 상하이 전시회에 나갈 때 한전은 직원 2명을 파견해 별도의 운용설명회 등을 가졌다.

피에스디테크 박종우 마케팅팀 차장은 “벤처기업의 첨단 기술과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이 잘 결합된 사례”라며 “운영 주체가 국가인 곳이 많은 전력 분야의 특성 때문에 첨단 제품이 많아지면 국가 이미지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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