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원 시대… 기업들 새 풍속도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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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임원 실력 발휘할 수 있게 큰 코에 맞추고

한국인 직원과 어우러질 수 있게 큰 코를 낮추고

최근 사상 최초의 외국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부사장급)로 더모트 보든 전 화이자 동북아지역 책임자를 영입한 LG전자는 새 CMO를 맞을 준비를 하는 데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음 달 출근하는 보든 부사장을 위해 미국 대학을 졸업한 30대의 전속 한국인 운전사를 뽑았다.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영어가 능통한 운전사들을 추천받아 엄선했다는 후문이다.

거주지로는 월세 1500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상복합아파트와 용산구 한남동 고급주택 중에서 고르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임원과의 호흡 맞추기가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외국인 임원이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편안한 근무 및 생활여건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쓰는 한편 한국인 직원과의 교류 기회도 늘리려 애쓰고 있다.



○ 외국인 임원과 한국인 직원, ‘서로 이해하자’

은행권은 대기업보다 먼저 외국인 임원시대를 맞았다.

외국계로 변신한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등에는 외국인 임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 SC제일은행은 26명의 임원 중 절반인 13명이 외국인일 정도다.

존 필메리디스 전 SC제일은행장이 예정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달 물러난 것은 경영 부진 책임 못지않게 한국인 직원들과 잦은 충돌을 빚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데이비드 에드워즈 신임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외국인 임원들과 함께 전국 50여 개 지점을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 16일에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겠다”며 결손 가정을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도 가졌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도 최근 신입 행원들과 맥주를 즐기는 호프 타임을 갖고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점등하는 등 친밀한 최고경영자(CEO)로 다가서고 있다.

○ 외국인 임원이 바꾸는 한국 기업문화

두산그룹은 지난해 11월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을 외국인 CEO로 임명해 경영체질 개선에 큰 효과를 거뒀다.

1992년부터 6년 동안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한국 대표를 지낸 그는 개고기를 특히 좋아하며 직원들과 두산의 ‘처음처럼’ 소주를 곁들인 회식자리를 자주 갖고 있다.

9월에는 SK C&C가 인도의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마니시 프라카시 씨를 상무로 영입해 SK그룹 내 첫 외국인 임원(현지법인 제외)이 탄생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외국인 임원이 늘어난 것에 맞춰 주요 회의나 업무용 e메일을 영어로 진행하는 추세다. 또 외국인 임원은 무조건 ‘예’라고 말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직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회의 분위기도 토론 형태로 바뀌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외국인 임원을 맞이한 뒤로 조직 내 학연과 지연 문화가 사라지고, 인사평가 시스템이 공정해지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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