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 가격은 사기 나름”‘샛길’ 찾아가는 소비자들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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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규(34·회사원·서울 도봉구 방학동) 씨는 최근 자신의 BMW ‘318is’에 들어가는 클러치 관련 부품을 미국의 자동차부품 쇼핑몰인 ‘오토하우스 애리조나’에서 직접 수입했다. 한국의 서비스센터에서는 36만 원이지만 쇼핑몰에서 구입한 제품은 부품가격 103달러와 운송료 28달러를 합해 131달러(약 12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김 씨의 글로벌 쇼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이키 운동화, 페라가모 구두, 소니 카오디오 등 패션용품에서부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병행수입 업체와 소비자들이 독점수입 업체의 고(高)가격 정책에 맞서 해외에서 제품을 싼 가격에 직접 들여와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국내외 가격 차가 큰 제품을 직접 들여와 정식 수입 제품보다 싸게 파는 병행수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인 최근 2년 사이 병행수입 업체가 2배 이상 늘어 현재 2000개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병행수입 대상은 명품 자동차와 패션용품에서부터 전자제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SK네트웍스의 고급 수입차 병행수입이다. 이 회사는 이달 중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 고가 차종에서부터 대중 브랜드인 도요타 차종까지 판매할 계획이다. 전자제품은 예전부터 병행수입이 활발했던 대표적 분야로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캠코더, 노트북컴퓨터, 게임기 등 거의 모든 종류가 해당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글로벌 쇼핑이 손쉬워지면서 소비자들이 필요한 제품을 직접 해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다.

‘페이팰’이라는 국제결제 사이트에 가입하면 미국 최대의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서 마음껏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외국어를 몰라도 애니유니드, 게츠 등 수십 개에 이르는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면 미국과 일본 경매사이트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낙찰받을 수 있다.

의류와 패션용품, 화장품의 경우 아예 국내 쇼핑몰처럼 상품이 원화 표시로 등록돼 있어 ‘클릭’만 하면 일주일 만에 주문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 현재 ‘위즈위드’, ‘가가코스’ 등 100여 개의 해외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수입품의 가격이 15만 원이 넘으면 20% 정도의 관세를 내야 하는데 구매대행을 할 경우 송장의 가격이 낮게 조작돼 본의 아니게 구입자가 탈세를 하는 사례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힘들고 간혹 배송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병행수입::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수입 공산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1995년 11월부터 일부 예외규정을 두고 병행수입(그레이임포트)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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