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치솟는데 대형 석유기업 실적은 왜 시들?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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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대형 석유 업체들은 줄줄이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이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미국의 엑손모빌은 1일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실적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까지 겹쳐 1일 하루에만 주가가 3.5% 하락했다.

다음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 셰브론의 올해 3분기 순이익도 37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6%나 급감했다. 최근 5년래 가장 큰 감소세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미국의 3위 석유업체 코노코필립스도 3분기 순이익이 각각 29%와 5% 하락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인 로열더치셸만이 유일하게 세금 혜택과 환율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16% 순이익이 늘었다.

글로벌 에너지업체들이 작년까지도 해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해 왔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초고유가’ 시기에 왜 대형 정유사들의 순이익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원유를 정제한 후 판매하는 과정에서의 ‘정유 마진’이 줄어든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정유사가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휘발유의 가격은 폭등하는 원유 가격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것.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8월 말 이후 원유 가격은 3.78L(1갤런)당 0.60달러 오른 반면 미국 내 가솔린 소매가격은 0.16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러시아나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서 자원민족주의가 대두하는 것도 정유 업체들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소다. 베네수엘라에서는 6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해외 석유업체들의 보유 지분을 자국기업들에 넘기도록 해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조치로 엑손모빌의 현지 생산량은 2% 낮아졌다. ‘정제 마진’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업체 간 경쟁과 높은 운영비,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중국 페트로차이나 등 신생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하지만 에너지 분석가인 피터 부텔 씨는 “엑손모빌은 순이익은 줄었지만 94억 달러나 벌었다”며 “거대 정유업체들은 계속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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