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엎친데 환율 덮쳐… 경기회복 ‘찬물’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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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900원 아슬아슬

원-달러 환율 800원대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외환 당국은 달러당 900원 선 붕괴를 막기 위해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라는 거대한 파도에 밀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강세)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유가 급등에 이어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회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고, 기업들도 수출 채산성 악화로 고민하고 있다.

○ 당국 개입도 달러화 약세 막기 버거워

31일 환율이 장중 한때 800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매도세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월말을 맞아 각종 결제를 위해 원화가 필요한 수출업체들이 달러화 매도 물량을 많이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대거 사들여 900원 선을 지켜 냈지만 당국의 개입은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출 뿐 달러화 약세라는 추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30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의 자율조정을 저해하는 과도한 왜곡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달러당 890원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기업들 ‘환율 마지노선’ 무너져

기업들은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년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3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지난 1년간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원-달러 환율 900원까지는 견딜 수 있는 생산구조를 만들었지만 900원 선 밑으로 떨어지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LG그룹의 경우 LG경제연구원에서 내년 환율 가이드라인을 915원으로 제시했지만 LG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계열사들은 900원 이하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국내 경제에서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과 채산성 악화로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가 263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6.2%는 “원-달러 환율이 900원 선을 밑돌 경우 올해 초 사업계획에서 설정한 수출 증가율 목표보다 6%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수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환율 ‘마지노선’으로는 70.4%가 ‘920∼950원’을 꼽았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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