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물가보다 20배 이상 빨리 ↑… ‘대폭발 경고’ 현실로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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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05년 3월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때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50달러가 채 되지 않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른바 ‘슈퍼스파이크(Super Spike·대급등)’ 이론을 내세워 이런 고유가시대의 도래를 예상했다.

당시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 보고서의 내용은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 지난 6년간 4배 이상으로 급등

실제로 지난 수년 간의 국제 유가 상승세는 ‘대급등’이란 말을 붙일 만하다.

10월 평균(1∼25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6.08달러로 2002년 1월(18.54달러)의 4.1배나 된다. 이 기간에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물가보다 20배 이상 빠르게 오른 셈이다.

두바이유는 2003년과 2006년의 일시적 조정기를 제외하고 매년 배럴당 10∼20달러씩 뛰었으며 특히 올해 들어서는 연초에 비해 30달러가량 폭등했다.

해외의 주요 에너지 분석기관들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보고 그 시기를 추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시장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내년 3분기(7∼9월) 평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두바이유는 95.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 정부는 여전히 “유류세 인하 불가”

정부는 2005년부터 매월 고시하고 있는 ‘석유 조기경보지수’의 경보 단계를 올해 4월부터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올렸다. ‘경계’는 ‘석유시장 상황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정도가 심각한 경우로 향후 추세도 불안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정부는 석유 배급이나 가격통제 등 비상조치를 쓸 수 있겠지만 당국은 현 상황이 아직 그런 걸 고민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임종룡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유가 상승은 구조적 원인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 등 단기적 대책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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