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반 동안 대출금 61조 떼였다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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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과도한 대출경쟁 끝은 ‘회수 불능’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최근 4년 반 동안 61조 원이 넘는 대출금을 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당장의 이자수익을 챙기고 외형을 키우는 데 급급해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돈을 빌려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계경(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채권 대손(貸損)인정 및 상각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221개 금융회사들은 2003년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61조1474억 원의 대출채권에 대해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손실로 처리하는 대손상각을 실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은행들이 거둔 총순이익 규모(47조6834억 원)의 1.3배에 이르는 것이다.

금융업종별로는 은행권에서 떼인 돈이 28조691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3년 이후 은행들이 외형 경쟁에 적극 나서면서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린 데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회수불능 채권을 대거 손실로 떨어내는 조치를 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카드 및 캐피털사 등 비은행권(26조214억 원) △상호저축은행(3조7236억 원) △보험사(2조2744억 원) △증권사(4363억 원) 순이었다.

개별 금융회사 중에선 국민은행이 장부상 손실로 떨어낸 규모가 16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LG카드의 대손 상각 규모도 11조 원을 넘었다.

분석 결과 금융회사들은 금감원이 회수불능이라고 판단한 것보다 많은 채권을 손실로 처리했다. 금감원은 2003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52조1604억 원을 회수불능 채권으로 인정했는데 실제 금융회사가 손실 처리한 채권 규모는 이보다 9조 원가량 많았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난 것은 과도한 대출 경쟁 탓이 크지만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채권까지 손실 처리해 떼인 돈이 더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부실 대출로 생긴 위험에 대비해 손실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익 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상각은 주주 이익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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