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조짐… 회복세 경기에 ‘찬물’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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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재무장관 “中, 위안화 절상을”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가운데)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과 고유가, 미국 주택시장 약세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완만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G7 재무장관 “中, 위안화 절상을”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가운데)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과 고유가, 미국 주택시장 약세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완만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세계경제 불안, 국내에도 충격 우려

세계 경제가 달러화 약세와 국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주가 하락 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런 잇따른 악재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불안으로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기업실적 악화 등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본격 회복세에 들어서기도 전에 또다시 깊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19일(현지 시간) 미국 및 유럽 증시에서 주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22일 국내 증시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 확산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데 이어 곡물 가격과 금,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에너지와 곡물, 광물 등 모든 분야에서 ‘자원 빈국(貧國)’인 한국 경제에는 이 같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경기 회복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은 물가상승률을 부추겨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일 뿐 아니라 소비를 위축시켜 가까스로 회복세를 타고 있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유가 급등의 영향에 대해 “원유 가격이 10% 오를 때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전문가들도 지금처럼 유가 급등이 이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다면 내년 5%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주가 움직임에 투자자 촉각

세계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온 미국에서 주가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파장은 간단치 않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아시아 증시의 오름세를 주도해 온 중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중국 증시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중국의 경우 경제 지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 중국 주가가 하락할 때 (국내 증시가) 강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시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을 거치더라도 중장기 상승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 달러화 가치 하락도 큰 부담

약(弱)달러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상수지 적자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 등에서 달러화 약세의 원인을 찾고 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미국 경제가 흔들리자 외국 자본들이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를 외치며 빠져나갔다”며 “현재의 달러화 약세가 달러 ‘폭락’으로 이어지면 국내 경제에도 큰 위험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 급락은 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하고 그에 따른 고용, 투자, 소비지출을 모두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지영 외환은행 연구원도 “2003년 이후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올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금리 인하 등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달러당 900 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환율을 둘러싼 미국-유럽연합(EU)-중국 간 갈등도 증폭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회의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EU는 미국에 대해 달러화 가치 방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내년에도 弱달러 지속될 것”

금융硏 “외환시장 불안… 위험관리 강화해야”

달러화 약세 현상은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1일 ‘불안정한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달러 약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재발 및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것) 청산 확대 가능성, 세계 경제의 차입 의존도 증가 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국제 외환시장 움직임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도 글로벌 달러 약세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혔다.

1980년대 초반부터 늘기 시작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 감소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6.5%로 높아졌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해외 자산 운용, 외화 차입 등에서 위험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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