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간문제” 속타는 기업들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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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1, 2차 오일쇼크 같은 충격이 오면 상당수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울 겁니다.”(A그룹 관계자)

유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자 국내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춘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부분의 업종이 고유가로 다급해졌지만, 특히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씩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28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7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종전에는 비행기 내 화장실 등에 쓰일 물을 탱크에 가득 실었지만, 이제는 30∼40% 줄여 싣는 등 항공기 무게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항공기에 싣는 컨테이너와 식사를 운반하는 ‘밀 카트’ 등의 재질을 가벼운 금속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선박들이 싼 값으로 주유할 수 있는 항만을 찾고 있다.

현대상선은 주요 항만에 자사(自社) 선박의 항로를 미리 알려 주고, 각 항만에서 제시한 기름값을 비교해 가장 싼 항만에서 주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화섬 사업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코오롱그룹은 국제 유가 상승이 원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CPL)은 국제 유가 상승이 그대로 판매 가격에 반영된다”며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국내 화섬 산업은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은 유가가 오르면 중동 선사에서 유조선 수주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고유가 국면이 계속되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 2차 오일쇼크 때도 세계 각국의 선박 발주가 줄어든 적이 있었다”며 “선박의 운용 유지비 절감을 위한 저연료 소비형 선박 개발과 천연가스 수송 수요 증대에 따른 가스운반선의 건조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 연료비 부담이 커져 자동차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전자가 주력인 삼성그룹은 당장은 유가 인상으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지 않겠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경영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유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정유가 주력인 SK그룹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 매출액은 증가할 수 있겠지만 판매량이 감소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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