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총사 함빡 웃었다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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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학-LCD 3분기 실적 호조… 작년 부진 씻고 ‘부활의 노래’

지난해 가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는 위기론에 휩싸여 있었다. 경기 파주시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 5조3000억 원을 투자한 LG필립스LCD가 연간 88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는 등 주력인 전자 및 화학사업이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했다.

그런 실적 부진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의 시가총액은 전년 동기(同期) 대비 22.2%나 줄어 총수가 구속됐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 이어 10대 그룹 중 하락률 2위를 기록했다.

그랬던 LG가 올해 들어 부활의 날갯짓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LG전자, LG화학, LG필립스LCD 등 LG그룹을 이끄는 ‘주력 삼두마차’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분위기도 눈에 띄게 호전됐다.

LG화학은 16일 “올 3분기(7∼9월)에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3741억 원(연결 기준)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3년째 분기별 적자를 내 온 전자사업 부문이 흑자 전환한 데다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71.8% 급증하는 호조가 이어진 덕분이다.

LG전자도 이날 “3분기 해외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이 9조9111억 원, 영업이익이 361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8%, 73.8%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사업에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을 15% 늘려 분기 최대인 2190만 대를 기록했다. 평판TV와 PC 사업 등도 적자폭을 크게 줄이거나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이달 9일 실적을 발표한 LG필립스LCD도 직전 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와 362% 늘어난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매출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LG그룹 전체 매출액 85조 원 중 65%인 56조 원을 차지하는 3개 주력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1∼9월 중 2058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2조298억 원으로 약 10배로 늘어나는 대약진에 성공했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사업 영역 등에서 연계된 주력 계열사들이 ‘서로 발목 잡는 구조’에서 탈피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전환의 배경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그룹 인사를 이례적으로 앞당기는 등 스피드 경영을 가속화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초 김반석 LG화학 사장을 임명하고 같은 해 말 남용 LG전자 부회장,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 체제를 출범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이달 9일 열린 그룹 임원세미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1등은 결코 단기 성과에 만족하는 근시안적인 1등이 아니고, 차별화된 경쟁력에 기반한 영속 가능한 1등이어야 한다”며 “철저한 마무리와 한발 앞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실적 회복에 만족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날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유기적 성장에 국한하지 않고, 비유기적 성장 방안도 찾고 있다”며 사업 확장을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만큼 LG의 분위기가 지난해 ‘수세적’에서 올해는 ‘공세적’으로 전환했음을 읽을 수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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