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기자의 보험이야기]겉 다르고 속 다른 생보사들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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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문외한인 A 씨는 지난 주말 보험설계사를 만났다.

설계사는 변액보험 상품 몇 개를 추천하더니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주식에 투자할 뿐 아니라 보장 기능도 있으니 적립식 펀드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에 만난 증권사 직원은 반대되는 얘기를 했다.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변액보험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으니 펀드 가입이 ‘투자의 정석’이라는 것.

두 사람 모두 다른 대안은 없다는 투였다.

하지만 변액보험과 적립식 펀드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비용 구조가 전혀 달라 실제 투자되는 원금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일정하게 가정한 상태에서 각종 부대비용 차감 후 원리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하는 분석만이 의미가 있다.

우선 변액보험과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차이인 판매 관련 비용만 비교해 보자.

변액보험은 연 5∼10%인 판매 관련 비용을 고객이 내는 보험료에서 미리 공제한다. 공제 기간은 5∼10년 정도로 이 기간이 지나면 판매 관련 비용을 떼지 않는다.

반면 적립식 펀드는 펀드 자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연 0.5∼1.8%의 판매보수를 1일 단위로 환산해 매일 공제한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서 자산평가액이 많아지면 판매보수도 늘어나는 구조다.

따라서 변액보험은 적립식 펀드에 비해 초기 판매비용 공제 규모가 커서 투자 초기 수익률이 저조한 반면 장기 투자 때는 판매비용이 공제되지 않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금리가 연 7%에 육박하는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변액보험이나 적립식 펀드를 대체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없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회사들이 변액보험이나 펀드의 특정 기간 수익률만을 비교하며 마케팅을 하는 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생명보험회사들마저 이런 무리한 마케팅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보험의 목적은 보장”이라며 “단기적 이익보다는 보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던 올해 초의 행보와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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