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高高高… 기업들은 ‘에고고’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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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 환차손 커져 울상▼

원-엔 환율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원화 가치 하락)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급등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로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사이에 원-엔 환율 상승률이 12.3%에 이르면서 엔화 대출자들은 대규모의 환차손을 입을 처지가 됐다.

엔화 대출 금리는 연 2% 안팎인 반면 원화 대출 금리는 연 6% 내외라 4%포인트의 금리 차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최근 엔화가 급등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0일부터 외화 대출의 용도를 국내 설비투자용과 해외 실수요 용도로 제한한 것도 엔화 대출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운전자금으로 돈을 빌린 기업들은 만기 연장을 할 수 없어 환차손을 감수한 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선병 한은 국제기획팀장은 “환 리스크가 있으니 외화 대출을 자제해 달라고 시중은행들에 당부해 왔다”며 “금리 차를 노려 무분별하게 엔화를 빌린 대출자들은 원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에게 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순배 국민은행 기업금융부 팀장은 “엔화 대출 고객에게 원화 대출로 대환하는 내용의 안내문을 17일부터 배포했다”며 “개인사업자가 80%를 차지하는 엔화 대출자들의 환차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일본기업들 “수출 타격 받을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일본 엔화 가치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1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전날 종가인 달러당 116.05엔보다 3엔 이상 낮은(엔화 가치는 상승) 112엔대에서 주로 거래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는 엔화 환율이 반등해야 할 상황이지만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 급락에 따른 불안감으로 달러화 매각-엔화 매입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값싼 엔화를 빌린 뒤 달러화 등으로 바꿔 일본 이외 지역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 온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앞 다퉈 청산 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 또 외환증거금거래(FX)를 하다가 엔화 가치 급등으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담보 부족을 매우기 위해 달러를 처분하는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 전문가들은 일본의 주요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면 엔화 강세 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주요 수출 기업들은 대체로 올해 예상 환율을 달러당 115엔대로 잡았으나 그동안 엔화 약세가 지속되자 이를 상향 수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115엔대를 밑도는 엔고(高) 현상이 지속되면 수출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환율을 115엔으로 가정해 영업이익 목표를 2조2500억 엔으로 설정한 도요타자동차는 엔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350억 엔씩 줄어든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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