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진은 ‘관리 경영’의 위기?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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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조직문화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로 그룹 외부에서 나오는 지적은 삼성의 강점으로 꼽히던 ‘관리형 조직’이 ‘창조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대로 가면 그룹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 부진이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관리’와 ‘창조’는 상충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고 반박하면서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적 부진도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과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며, 반도체 경기도 이미 바닥을 쳤다고 설명한다.

삼성의 조직문화를 둘러싼 논란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데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과 확장’보다는 ‘관리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진 재계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 관리 경영이 창조 경영의 걸림돌?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9100억 원에 그쳤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2001년 4분기(10∼12월) 이후 5년 반 만에 처음이다. 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도 2004년 4분기 이후 2년 반 만에 포스코에 내줬다.

실적발표 후 삼성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 속도가 빠른 데다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기존 사업구조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직원들을 옭아매는 ‘관리의 삼성’으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경영 화두로 던진 ‘창조 경영’의 길로 가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주로 외부에서 나오지만 내부에서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이대원 삼성중공업 고문은 최근 펴낸 ‘삼성 기업문화 탐구’라는 책에서 “지금 삼성은 갈수록 냉정하게 변질되는 기업문화로 문제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 “관리의 삼성이 창조 경영 밑바탕”

이에 대해 삼성은 창조와 관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비판이라고 일축한다.

경영에서 말하는 창조의 본질은 △남들과 다른 것을 하되(예술) △검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해야 하는 데다(과학) △‘돈’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핵심을 골라내는 철저한 관리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관리에 대한 개념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인 디즈니월드의 슬로건은 ‘세밀한 데까지 주의를 기울이자’는 ‘Attention to Detail’”이라며 “삼성에서 말하는 관리의 개념은 ‘컨트롤’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대 이동기(경영학) 교수도 “반도체 분야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데다 경기 변동 주기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창조 경영’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삼성의 성공은 창조 경영과 관리 경영을 조화시키는 데 시행착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은 최근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잔업이나 휴일 특별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여유시간을 늘리는 등 일부 조직문화에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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