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주상복합 세운상가, ‘천덕꾸러기’ 탈피 화려한 날갯짓 머지않았다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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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종로4가 세운상가. 한쪽에선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노인용 의료기기 설명이 귀청을 따갑게 하고, 다른 한쪽에는 몰래카메라, 도청기, 성기능 강화제를 판다는 전단과 입간판들이 서 있었다.

세운상가는 1968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김수근 씨의 설계를 바탕으로 들어선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 국회 의원회관이 들어설 만큼 영화(榮華)를 누렸지만 용산전자상가에 밀리고 고급 아파트에 치이면서 도심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제 세운상가 일대는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의 녹지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로 지정돼 대지 면적 약 13만2000m²(4만 평)의 주상복합타운으로 재탄생하는 것. 특히 세운상가 재개발은 한국 근대화의 상징물이 재생된다는 차원을 넘어 그간 상대적으로 침체됐던 종로 상권의 재편을 의미한다.

○ 대규모 주상복합타운

서울시의 도시환경정비사업 중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세운상가부터 종로구 예지동 85 일대의 세운상가 4구역이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이미 시공자로 선정됐다.

‘대림산업컨소시엄’의 개발 계획에 따르면 2014년경이면 3만3000m²(1만 평) 터에 13층, 30층짜리 사무용 건물 2개 동(棟)과 15∼36층의 주상복합 6개 동이 들어선다.

사무용 건물은 연면적이 10만8900m²(3만3000평), 주상복합의 주거 시설은 16만1700m²(4만9000평)다. 극장 공연장 등의 문화집회 시설은 6600m²(2000평)로 조성된다. 특히 주상복합 지하 1층∼지상 3층에는 6만6000m²(2만 평)의 상가 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세운상가 4구역에 이어 2, 3, 5구역에도 비슷한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세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한국 최대 규모의 주상복합타운이 종로4가 일대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종로 상권 재편되나

현재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종로4가 상권은 명맥만 유지하는 전자상가와 소규모 가내수공업장, 보석 판매점 등으로 특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4구역 공사가 완료되는 2014년경이면 이곳의 상권 흐름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4구역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일단 규모에서 인근 상가나 일반 사무용 빌딩을 압도한다. 연면적 34만3200m²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업무시설인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12만 m²)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상가 면적(6만6000m²)만 따로 놓고 봐도 대형 백화점(평균 3만3000∼5만m²)보다 크다.

특히 주거 기능이 취약한 세운상가 일대에 오피스 등의 시설이 들어서면 직장인 대상의 업종과 강북 지역에 부족한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입주해 있는 전자상가 상인들이 재입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업 관계자 측은 “인근 지하 상권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 지하 면적을 넓히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연구원은 “현재 종각 관철동 주변의 중심 상권은 포화돼 주변으로 퍼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세운상가 일대의 개발은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계천을 따라 형성된 상권이 ‘팽창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 만큼 세운상가가 집객(集客) 시설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

○ 풀어야 할 숙제도

세운상가 일대가 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지역 상인들의 이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운상가 4구역의 경우 일부 상인은 서울 동남권 유통단지로 이주하고, 나머지는 종로4가 옛 전매청 건물에 마련되는 대체 사업장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와 임차인의 권리 관계, 권리금 문제 등이 얽혀 있고 상인들이 이주 계획에 반대해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

주상복합의 형태가 기존의 폐쇄적인 구조로 간다면 상권 성장이 더딜 수도 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극장 등의 문화시설과 업무시설 수요가 상권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인근 지하철역의 유동인구가 세운상가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올 수 있는 개방형 상권 형태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0년경부터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나 영등포구 여의도에 6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서울의 사무실 공급은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이 경우 세운상가의 사무실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상권 형성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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