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 무한경쟁’ 체제로

  • 입력 2007년 7월 16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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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삼성 전자 계열사들의 '때 아닌' 인사, 조직개편에 따라 주요 포스트 인사들이 바뀌거나 새로운 자리를 꿰차면서 분야별 2인자 파워게임도 본격화할 지 주목된다.

먼저 눈길이 가는 파트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다. 황창규 사장이 이끄는 반도체총괄은 D램값 급락 여파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다.

때맞춰 공교롭게도 하반기가 시작되는 길목인 7월1일자로 황 사장은 반도체총괄내 '넘버2'로 통하는 메모리사업부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2001년 메모리사업부장직을 맡은 이후 2004년 총괄 사장에 올랐음에도 사업부장 자리를 겸임해왔다. '황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반도체 전문가'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이 자리를 조수인 부사장에게 내줬다. 이를 두고 '문책성'이라는 외부의 관측이 고개를 들자 삼성은 황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일뿐이라는 설명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황 사장이 스스로 자신의 '오른팔'인 조 부사장을 앉힌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황창규 체제'가 강화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 개발 업무를 줄곧 해왔고, 올해초부터는 사업부내 제조센터장을 맡아온 'D램의 베테랑'이다. 황 사장과 겹치는 부분이다.

그 점에서 황 사장을 내심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인물이라는 점은 자연스런 추론이다. 이번 인사가 '포스트 황창규'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삼성SDI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장에 삼성전자 기술총괄 김재욱 사장이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삼성SDI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내내 적자 탈출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재욱 사장이 삼성SDI의 핵심사업 분야인 PDP와 AM-OLED를 통할하는신설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장을 맡은 것은 "조기에 성과를 내라"는 삼성 수뇌부의 강력한 주문이 담겨있다고 봐야한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CEO인 김순택 사장과, 그간 분산돼있던 주요 사업분야 권한을 통째로 넘겨받은 김재욱 사장과의 관계 설정을 주목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식의 2인자격 전진배치 형태의 인사 조치를 통해 현재의 수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양새가 삼성이 노리는 포인트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크게 봐서는 앞으로 삼성전자 각 분야 총괄 수장들의 '포스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리를 향한 경쟁도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최고고객경영자(CCO.글로벌 고객총괄책임자)의 관심이 정보통신에 기울어 있고,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저가폰 판로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정보통신 쪽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우고 있다는 분석에서 일단 최 사장이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라는 시각이 적지않은 편이다.

그동안 포스트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황창규 사장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이런 시각을 확산, 재생산하는 동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이 최근 중국에서 대규모 연구개발 워크숍을 주재하면서 과거 이 자리에 있던 인사들과 달리 '파워를 과시하며 건재함을 보인 것'만 봐도,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운 역학구도는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기태 부회장은 지난 1월 정보통신총괄 사장에서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실질 사업 분야에서 손을 뗐다는 점에서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인식돼왔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6일 "이 시점에서 이 건희 회장의 심중이 앞으로 어떨 지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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