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7]“대형화-전문화만이 살길”

  • 입력 2007년 7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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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간 M&A 벌써 시동… 자기자본-인재 확보 따라 생사 갈릴 듯

국내 금융시장의 ‘빅뱅’을 가져올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향후 증권업계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통법은 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나올 수 있도록 증권업계의 각종 규제와 장벽을 허물게 한 법이다.

규제가 사라진 대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정한 프로만이 강자(强者)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장벽 허물어 대형화 유도

자통법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등장이다. 지금은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투자신탁회사 등이 매매,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을 각각 나눠 맡고 있다. 하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하나의 금융투자회사가 이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할 수 있도록 했다.

생선가게 야채가게 등이 통합돼 대형 할인마트로 탄생하는 격이라고 할까. 투자자로선 한 곳에서 모든 업무를 다 보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증권사의 지급결제기능 확보다. 지급결제는 △현금지급기 입출금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신용카드 결제와 같은 서비스를 말한다. 은행계좌처럼 증권계좌를 통해 이 모든 서비스를 똑같이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금융기관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객의 편익이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직장인들이 월급통장을 수시입출금 상품이면서 연 4% 안팎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바꾸는 사례가 늘자 은행들이 보통예금 금리를 올려 예금 이탈을 막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그런 예다.

세 번째,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의 금융상품들은 ‘포지티브(법에 열거된 항목만 인정) 시스템’으로 묶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 ‘네거티브(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 인정) 시스템’으로 바뀐다. ‘요것만 안 되고 나머지는 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게 된다.

금융소비자들은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는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한층 넓어진 셈이다.

예를 들면 이런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배추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배추 가격이 급락했을 때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런 상품들은 농민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전문인력과 자기자본력 갖춰야

증권사들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일단 증권사 간의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는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 간 ‘짝짓기’로 사이즈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증권사들은 M&A를 선언하고 나섰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기자본 5조 원 규모의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대형 증권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의 김기범 사장도 “특화보다는 대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증권은 비전선포식에서 “2009년까지 다른 증권사를 인수합병하고 2011년까지 자기자본 규모를 1조5000억 원으로 확대해 증권업계 7위권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형화가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들은 매매나 중개, 자산운용, IB사업 등 특정 분야 전문화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 비중이 98%로 온라인 증권사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는 키움증권과 같은 특화된 곳만 살아남을 수 있다. 남과 다른 특출난 강점을 보유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아울러 증권사들의 IB영업 강화 노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는 아직도 매매수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영업이익의 60∼70%가 바로 이 매매수수료에서 나온다.

하지만 자기자본직접투자(PI) 등 IB영업을 강화하면서 수입원 다변화 시도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국내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해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게 정부의 목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내 전체 증권사의 자기자본 합계는 20조2000억 원으로 미국 메릴린치(35조1000억 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금융상품 규제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뀌기 때문에 증권사마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예금과 보험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투자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또 고급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펼쳐질 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우리투자증권은 해외 현지 채용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가 경영학석사(MBA) 등 우수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해외사업, 파생상품 설계, IB 등에 필요한 인력 충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한정태 연구원은 “향후 투자은행업의 경쟁력 자산은 전문인력과 자기자본력”이라며 “이 두 가지를 갖춰 금융시장을 선점하는 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정부 금융업계의 경쟁력 제고 방안
정부선진 금융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법안 제정 및 현안 개정/ 직·간접 금융시장 시스템 균형 발전을 위한 지원/ 금융시스템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관리 및 감독 체계 구축/ 투자자 보호
증권사대형화/ 전산 시스템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자본력 확충/ 증권 설계, 창의적인 상품 개발 투자/ 투자자 요구에 맞는 맞춤형 금융솔루션 정착/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인력 확보 및 양성,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 효율적인 전략 추진을 위한 조직체계 구축/ 확고한 보상 시스템과 보상체계의 선진화/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과 유도 및 투자자 신뢰 확보/ 특화 가치 추구 전략
금융시장종사자적극적인 사고 속에 전략적 비전 및 목표 공유/ 전문성 제고/ 자산운용, 파생상품, 리스크관리, 상품 개발 등 모든 영역에서 선진 기술 습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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