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7]‘바이오 날개’ 달고 식품 화장품 세계로 비상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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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겁니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해 온 식품, 화장품 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산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제품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

이들 기업 중에는 식품이나 화장품을 생산하면서 확보한 기존 생산 기술이 바이오산업과 연관성이 높아 30∼40여 년 전부터 바이오 쪽 투자를 한 ‘발 빠른’ 곳도 적지 않다.

○ 식품에서 바이오로…식품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는 1964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밀가루나 설탕 제조 등으로 축적한 발효정제기술을 바탕으로 아미노산계 조미료인 ‘MSG’를 만든 것.

이후 1977년에는 조미료 및 의약품 재료인 ‘핵산’, 1990년에는 동물성 사료 첨가제인 ‘라이신’, 2000년에는 동물성장촉진제인 ‘스레오닌’을 잇달아 개발해 바이오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1991년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은 고부가가치 바이오 제품인 라이신, 스레오닌, 핵산 등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생산량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세 제품은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뽑히기도 했다. 또 1984년부터는 제약 사업에 진출해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동휘 CJ㈜ 홍보담당 상무는 “회사 모토가 ‘글로벌 푸드 앤드 바이오 컴퍼니(Global Food & Bio Company)’일 정도로 바이오 사업이 회사 성장의 양대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조미료 시장을 놓고 CJ㈜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대상㈜도 고부가가치 바이오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상㈜가 1993년부터 배양기술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는 클로렐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클로렐라는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 중금속 배출, 장기능 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현재 국내 시장의 80%, 세계 최대 클로렐라 소비국인 일본 시장의 40%를 대상㈜ 클로렐라가 차지하고 있다.

○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 성장 동력을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1980년대부터 미생물 연구를 시작했다. 미생물에서 인체에 이로운 성분을 얻어 화장품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첫 번째 성과는 장내 미생물을 통해 인삼에서 추출한 단백질인 ‘콤파운드 K’. 주름을 방지하는 기능성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이 단백질은 화장품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물질로 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들어서는 녹차에 대한 성분 연구를 벌여 항산화에 효능이 있어 주름 방지용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캄페롤’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캄페롤은 g당 250만 원에 팔리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삼양사도 식품 및 화학제품 생산을 하면서 확보한 고분자 화학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1992년 대덕연구단지에 마련한 의약연구소를 중심으로 항암제를 생산하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사인 네오팜도 피부 생리 활성물질인 ‘세라마이드’를 합성하는 기술을 응용해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했고,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오염 토양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진수 CJ㈜ 사장▼

6년내 아미노산 사료첨가제 최고기업 도약

“바이오 사업은 CJ㈜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입니다.”

김진수(사진) CJ㈜ 사장은 자사의 바이오 사업에 대해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아미노산 사료첨가제 시장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며, 식품첨가제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CJ㈜는 앞으로 바이오 사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는 CJ바이오연구소가 보유한 독자적인 균주개발기술과 특허로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을 꾀하고 있다. 또 1990년대 초부터 해외 사업을 추진하며 구축한 탄탄한 영업망도 CJ㈜ 바이오 사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아미노산 사료첨가제인 라이신과 식품첨가제인 핵산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30%에 이른다.

그는 “현재 CJ㈜의 바이오 사업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향후 바이오 사업의 생산설비 투자는 해외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과 브라질에 대규모 투자를 해 2013년까지 아미노산 사료첨가제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올해 초부터 중국 산둥(山東)성 랴오청(聊城)에서 핵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이곳에 있는 라이신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또 미주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브라질 상파울루에 만들고 있는 라이신 생산설비가 하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항노화-항비만-미백 분야 기초연구 강화할 것

“한방 소재를 바이오 연구와 접목하면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서경배(사진)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한국적인 미를 살린 화장품’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부터 경희대 한의대와 손잡고 한방화장품 연구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공동으로 ‘한방미용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30여 가지 한방성분을 원료로 해 2005년부터 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서 사장은 “화장품의 핵심은 바이오와 화학인데, 특히 새로운 화장품 원료를 개발할 때 중요한 기술이 바로 바이오”라며 “바이오 연구는 화장품 업계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연구인력 300여 명 가운데 바이오 관련 연구인력은 100여 명. 또 연구원 안에 화장품연구소와 바이오연구소를 함께 두어 활발한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바이오 연구 계획에 대해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사인 항노화 항비만 미백 등의 기초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바이오 연구를 통해 친환경 원료를 만들거나 인체에 좀 더 안전한 화장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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