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7]‘복제’만으론 경쟁에서 낙오…‘신약’을 키워라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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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동아제약 연구소 연구원들(위 사진)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SK케미칼 중앙연구소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동아제약 연구소 연구원들(위 사진)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SK케미칼 중앙연구소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된 발기부전치료제인 ‘엠빅스’를 판매할 예정이다. 1998년부터 10년간 100억 원을 투자해 이뤄 낸 성과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신약(新藥) 개발에 초점을 맞춰 매년 매출액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복제 의약품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신약 특허 보호가 강화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이다.》

○ 토종 신약 12개 개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국내 제약사가 개발해 판매 허가를 받은 신약은 모두 12개다.

이 중 천연물 신약은 SK케미칼의 ‘조인스’와 동아제약의 ‘스티렌’ 등 2개다. 바이오 신약으로는 대웅제약의 ‘EGF 외용액’이 있다. 나머지는 합성 신약이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걸린다. 합성신약은 10∼14년, 천연물 신약도 5, 6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기술력이 있는 국내외 기업 및 연구기관과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

동아제약은 2010년까지 3개의 신약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중국 제약업체와 손잡고 신약을 개발하는 ‘한중일 삼각 연구개발 네트워크’도 추진 중이다.

LG생명과학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제품화하기 위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약물을 검색하는 기반기술을, LG생명과학은 검색된 약물의 제품화에 이르는 기술을 제공하는 식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신약 1호인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을 내년 중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녹십자는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한 관절염 치료제인 천연물 신약 ‘GCSB-5’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 신약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단백질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의 바이오 신약이다. 포화된 합성신약 시장에서 신물질을 발굴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신약은 동물세포 배양과 단백질 정제기술, DNA 조작, 발효기술 등의 첨단 바이오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경우 수익성이 크다는 게 제약사들의 판단이다.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 대학 등과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다.

국내 최초의 바이오 신약은 2001년 대웅제약이 개발한 ‘대웅 EGF 외용액’. 대웅제약은 1999년부터 연세대 암센터와 공동으로 항암 효과가 있는 바이오 신약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해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녹십자는 뼈엉성증(골다공증) 치료제 ‘rhPTH’의 국내 임상 1상, 해외 임상 2상 시험을 마쳐 2010년 상품화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18곳의 바이오 벤처기업과 손잡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외제약은 5월 바이오 벤처기업인 굿셀라이프와 함께 암세포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 벤처인 바이로메드와 공동으로 만성 육아종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 신약 허가 현황
제품기업식약청 시판 허가일자
선플라주SK케미칼1999.7
대웅 EGF 외용액대웅제약2001.5
조인스SK케미칼2001.7
밀리칸주동화약품공업2001.7
큐록신중외제약2001.12
스티렌동아제약2002.6
팩티브LG생명과학2002.11
캄토벨종근당2003.10
맥스마빌유유2004.11
레바넥스유한양행2005.9
자이데나동아제약2005.11
레보비르부광약품2006.7
자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추연성 LG생명과학 본부장▼

당뇨 비만 치매 등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 주력

“세계적 신약을 보유한 초우량 생명과학 회사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LG생명과학 추연성(51·사진) 연구개발본부장(상무)은 “당뇨, 비만, 치매 등의 만성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매출액(2250억원)의 2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국내의 대표적인 연구개발 제약사다. 2003년에는 항생제 신약 ‘팩티브’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았다.

그는 “앞으로도 연간 550억∼600억 원의 연구개발 투자비를 신약 개발에 꾸준히 투자할 방침”이라며 “2011년까지 연구개발 투자비를 1000억 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해외 선진 제약사와 제휴해 해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LG생명과학은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와 비만치료제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심순환계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계약도 맺었다. 인간 성장 호르몬 등 고부가가치 바이오 의약품 분야 연구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관순 한미약품 소장▼

10년 내다보고 합성-바이오 신약 개발 집중

“10년 후의 미래를 위해 합성 신약과 바이오 신약 개발에 집중할 것입니다.”

한미약품 연구센터 이관순 소장(47·사진)은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퍼스트제네릭’(신약의 특허가 끝난 뒤 맨 처음 나온 복제약), 1990년대 ‘개량신약’(신약의 일부 성분을 바꾼 개량 복제약)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이제 독자적인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전체 연구개발비 가운데 신약 개발 비용을 5년 전 30%에서 지난해 70%로 늘렸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경구용 항암제인 ‘오락솔’은 현재 임상 1상 시험이 마무리 단계이다. 또 다른 경구용 항암제인 ‘오라테칸’의 임상 1상 시험은 하반기에 시작된다. 기존 바이오 의약품의 인체 내 지속성을 높여 주는 ‘지속성 바이오 신약’도 개발 중이다.

이 소장은 “지속성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5개가 전(前)임상 단계에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바이오 플랜트를 완공해 임상시험용 지속성 바이오 신약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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