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7]용인 동아제약 연구소 신약 개발 현장을 가다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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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경기 용인시 상갈동 동아제약 연구소 야경(왼쪽)과 동아제약이 2005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신약 ‘자이데나’의 분자모델. 사진 제공 동아제약
올해 7월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경기 용인시 상갈동 동아제약 연구소 야경(왼쪽)과 동아제약이 2005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신약 ‘자이데나’의 분자모델. 사진 제공 동아제약
《“당신이 최고입니다.”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상갈동 동아제약 연구소. 연구원들이 드나드는 1층 연구소 출입문 보안카드 인식기 옆에 강신호 회장의 친필 글귀가 걸려 있었다. 연구진에 거는 기대와 애정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다음 달 1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이 연구소는 국내 1위(매출액 기준) 제약사인 동아제약의 미래가 시작되는 곳이다. 동아제약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와 지난해 445억 원어치가 팔린 위염치료제 ‘스티렌’ 등 짱짱한 국산 신약(新藥)이 이곳 연구원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5%에서 15%로


‘KOREA 2017’ 기사목록

▶ 용인 동아제약 연구소 신약 개발 현장을 가다

▶ 제약업계, 글로벌 시장 개척에 사활 걸었다

▶ ‘복제’만으론 경쟁에서 낙오…‘신약’을 키워라

▶ LG ‘에너지선점이 자유케하리라’

▶ SK ‘글로벌 날개로 훨훨 날아라’

▶ 뜨는 발효과학…커지는 ‘乳’시장

▶ 미생물 수입국서 세계‘톱3’기술국으로

▶ ‘바이오 날개’ 달고 식품 화장품 세계로 비상

▶ 인삼-홍삼의 재발견…다른식품과 혼합원료로 사용

보건복지부가 당뇨병 치료제 신약특성화센터로 지정한 연구실에 들어섰다. 흰 가운을 입은 김흥재(37) 수석연구원이 당뇨병 신약 설계를 위해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요즘 신약 개발은 화학약품과 실험도구가 가득한 실험실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실험에 앞서 컴퓨터로 200만 개의 화합물 데이터베이스(DB)를 검색하고 신약에 알맞은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을 찾아낸다.

김 연구원은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첨단 컴퓨터 장비를 도입해 화합물 분자구조를 분석하고 신약을 설계한다”고 말했다.

1977년 7월 설립된 이 연구소에서는 현재 172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1988년 50명이던 연구원 수가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의약품은 회사 전문의약품(ETC) 매출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까지 70%로 높이는 게 목표다.

유무희 연구소장은 “현재 매출액의 5% 수준인 연구개발비를 15%로 높이고, 연구개발 인력도 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항암제와 소화기 피부비뇨기 대사성 질환 분야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남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2017년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도전…개방형 연구개발 전략

동아제약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280억 원을 투자했다. 반면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가 76억 달러(약 7조1000억 원)다.

“기초 연구에서 응용 연구로 바꿔라. 모든 일을 혼자 하려는 생각을 버려라.”

1993년 김원배 연구소장(현 사장)은 연구소 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작은 덩치로 대형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 ‘아웃소싱’과 ‘전략적 제휴’라는 경쟁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이 연구소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절반이 외부 기관이나 바이오벤처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해 경쟁사인 유한양행과도 손을 잡았다.

이 결과 2002년 12월 천연물 신약 ‘스티렌’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가 쑥에서 추출한 특허 물질을 들여와 신약으로 상품화했다. 동아제약은 올해 스티렌으로 6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순회 상무는 “외부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특허 검토, 약효 검증, 안전성 확인, 원가 경쟁력 평가 등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가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차세대 성장 동력 ‘바이오 신약’을 키워라

50여 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는 바이오연구동 2층.

바이오의약품의 하나인 단백질 치료제 생산을 위해 동물세포를 배양하는 대당 1억 원이 넘는 설비인 ‘바이오리액터’ 7대가 가동 중이었다.

동아제약의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생명공학 기업 프로젠도 입주해 있다. 프로젠은 동물세포 제조, 배양, 치료용 단백질 생산 등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5대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4개 제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할 정도로 연구개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6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불임치료제 ‘고나도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백신, B형 간염 DNA 치료 백신 등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 치료제 분야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프로젠 사장을 겸하고 있는 이성희 이사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사 횟수를 줄인 차세대 지속성 단백질의약품을 개발 중”이라며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신약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박용 기자 park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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