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한국, 철의 장막 걷어라” 美 한미FTA청문회 격론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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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일 워싱턴에서 관련 업계 대표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ITC는 FTA 서명 이후 90일 이내에 미 대통령과 의회에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는 정부 산하 독립 기관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일 워싱턴에서 관련 업계 대표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ITC는 FTA 서명 이후 90일 이내에 미 대통령과 의회에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는 정부 산하 독립 기관이다. 워싱턴=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제안에 따라 열린 이번 협상은 노동, 환경 등 7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제안에 따라 열린 이번 협상은 노동, 환경 등 7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합의 내용을 보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이를 대변하는 미 의원들의 불만은 ‘도저히 타협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었다.

한두 가지 합의 조항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아니라 원점부터 다시 협상해도 절충이 어려울 만큼 인식의 격차가 큰 상태임이 드러난 것이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일 워싱턴에서 한미 FTA 관련 업계 대표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었다. ITC는 미 의회 규정에 따라 FTA 서명 이후 90일 이내(한미 FTA의 경우 올 9월 이내)에 미 대통령과 의회에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는 독립 기관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 업계의 태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FTA 발효 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보험 영화 양돈업계, 그리고 한미재계회의 한미FTA재계연대 주한미상공회의소 등 경제인단체 대표들은 한미 FTA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비준 반대를 촉구하고 나선 자동차 및 쇠고기 업계, 환경 및 노동단체 대표들의 목소리도 예사롭지 않았다.

하원의 FTA 주무 소위원회인 세입위 산하 무역소위의 샌더 레빈 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모든 수입자동차에 ‘경제적인 철의 장막’을 쳐 왔다”며 “이래서는 의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반드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70만 대를 팔았지만 미국은 한국에 4556대밖에 팔지 못했다’, ‘한미 무역적자 110억 달러의 87%가 자동차에서 발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수입자동차 점유율은 40%가 넘는데 한국의 수입자동차 점유율은 3.6%로 가장 밑바닥이다’ 같은 온갖 통계도 제시됐다.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해외정부 부문 담당 부사장은 쌓인 한(恨)을 토해내듯 구구절절 한국의 자동차 시장 상황을 비판했다.

“한국에 진출한 게 12년 전인데 지난해 고작 1700대를 팔았다. 10년 전보다도 적다. 한국에선 왜 수입차가 안 팔리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10년간 고민했다. 원인은 정교하게 여러 겹으로 만든 변화무쌍한 비관세 장벽에 있었다. 불투명하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환경·안전규제와 세금 구조, 수입차를 적대시하는 편견…. 한국 업체들은 대량 판매를 하니까 제도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지만 외국 회사는 안정적으로 차를 공급할 수가 없다.” 결국 미국 자동차 업계가 원하는 것은 한국 국내 제도의 부분 개정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시장을 미국 시장과 똑같은 수준으로 개방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FTA 협상을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킬 최대이자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음도 이들은 숨기지 않았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창준 전 美하원의원 “한미FTA, 때 잘못 만났다”▼

“‘코러스 FTA’는 내용은 참 좋은데 너무 때를 잘못 만났다.”

요즘 미국 워싱턴의 의회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코러스’는 ‘Korea’와 ‘US’를 합친 말이다. 보호무역 성향인 민주당이 다수당이고 대통령은 레임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회 통과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불리하다는 것이다.

1992년부터 3선 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도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93년 의회가 진통 끝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인준할 당시의 상황, 그리고 하원 의 FTA 처리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같은 취지의 걱정을 했다.

“NAFTA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 임기 말에 서명됐지만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후 환경·노동 등 2개 부속협정을 추가로 만든 뒤에야 함께 인준이 이뤄졌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초여서 인기가 높고 영향력이 컸다. 어느 날 백악관에서 연락이 와서 갔더니 대통령이 온갖 친절을 다 베풀면서 간곡한 어조로 NAFTA 통과 협조를 부탁하더라.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민주, 공화당 구분 없이 NAFTA에 대해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의원들을 일대일로 불러서 인준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다.”

김 전 의원은 “미 행정부는 주요한 FTA를 처리할 때 그렇게 사전 정지 작업을 거쳐 최소한 60% 이상의 찬성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보낸다"며 “그런데 지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워낙 인기가 낮고 레임덕 상황이라 의원들을 설득할 처지가 못 된다.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다. 이런 상태로는 비준안을 감히 상정할 엄두도 못 내고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의원은 또 “미 의회의 FTA 처리 규정상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보내는 것은 양국 정부가 서명한지 3개월 후인 올 10월초 부터 가능하다”며 “설령 행정부가 비준안을 제출한다해도 FTA 소관 상임위인 세입위는 물론 FTA 내용으로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온갖 상임위 의원들이 다들 청문회를 줄줄이 소집해 시간을 끌다 결국 내년초 대선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의원은 찬반투표에 붙여질 경우에 대해 "무역촉진권한(TPA)의 적용을 받는 FTA는 의원들이 찬반만 표시할뿐 내용을 고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그 방대한 내용중 99%가 마음에 들어도 1%가 자기 지역구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반대표를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구 보다 미국의 국익을 생각해 찬성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은 작은 지역들이 모여서 연방을 이룬 나라”라며 “‘내 지역구에 좋은 게 미국에 좋은 것’이란 관념이 확고해서 일단 의원 개개인이 자기 지역구에 이해관계가 걸린다고 판단하면 당 지도부가 아무리 뭐라 해도 자기 뜻대로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에 이해관계가 없을 때는 당의 방침을 따르거나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데, 특히 매주 초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FTA에 이해관계가 걸린 동료 의원이 나서서 호소하면 거기에 동조해준다는 것이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美 “노동-환경 협정 위반때 무역보복 가능하게”▼

21일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에서 미국이 노동, 환경 분야 협정을 위반한 국가에 무역보복 또는 벌과금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동차나 개성공단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 등 양국 협상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노동, 환경, 의약품 등 7개 분야에 걸친 미국의 제안을 놓고 추가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 측은 노동, 환경 분야의 분쟁 해결에 ‘일반 절차’를 적용해 관련 협정 위반국에 관세 특혜 중단 등 무역보복을 가하거나 피해에 상응하는 벌과금을 물리자고 주장했다.

협정 위반국에 최대 1500만 달러의 벌과금을 부과한다는 기존 협정문과 비교하면 벌과금 상한(上限)을 없애고 무역보복까지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다.

한편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이날 협상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이 종료되는 이달 30일 전에 추가 협상을 끝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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