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6% “준법경영 어렵다”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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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A사는 최근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건설업체는 공제조합 등의 보증기관에 자본금의 20% 이상을 예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A사는 이 제도가 시행령 개정 이전에 등록한 기업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리나라 기업 10개 중 6개 정도가 경영과정에서 법 준수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 규정이 모호하고 기업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21일 작성한 ‘기업관련 처벌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6.1%가 ‘준법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 지역의 중소제조업체 B사는 공장 인근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항의하자 공장 둘레에 소음차단막을 쳤다. 그런데 이 회사 대표와 회사는 각각 5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소음차단막이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연간 매출액이 7억 원 정도인 중소제조업체 C사는 주총에서 연임된 이사를 재등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몰라 회사 대표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준법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중 37%는 법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1.2%는 ‘각종 제도의 사전홍보와 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25.9%는 ‘법이 기업현실에 맞지 않아서’ 준법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조사대상 기업의 15.0%는 2003년 이후 행정제재 혹은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민사상 책임을 진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제재를 받은 경우가 13.2%로 가장 많았고, 민사상 책임을 진 경우는 5.0%,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3.6%였다.

대한상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법을 어기게 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며 “복잡한 법령 내용이나 법개정 동향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준법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처벌에 앞서 기업 측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고 △법 위반 시 먼저 경고처분 등을 내리고 다시 위반할 때 벌금이나 과징금 등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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