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실적 좋은 55세 지점장 임금피크 적용 - 2선 발령 없다”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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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으로 복귀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하나은행 권흥복(56) 서대문지점장은 지난해 1월 서울 마포지점에서 근무하다 본점의 업무혁신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은행이 만 59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만 55세가 되면 후선(後線) 업무를 맡기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 지점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올해 1월 인사에서 지점장으로 복귀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올해 초 “성과가 뛰어난 지점장을 후선에 배치하는 것은 은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직접 권 지점장 등 3명에 대해 임금피크제 예외 결정을 내렸다.

○ 임금피크제의 명암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근로자들의 처지에서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고 회사 측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은행권에서는 산업, 기업, 하나, 우리은행 등이 도입하고 있다. 은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임금피크제 해당 직원의 급여는 첫해 70%에서 단계적으로 30∼40%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현직에서 활동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진 이들까지 모두 후선에 배치해 단순 업무를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 임금이 낮아지고 단순 업무를 맡다 보니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대상자들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생겨 기업들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우수한 지점장에게 현직 보장

하나은행이 지난해 임금피크제 대상이었던 6명 중 3명을 지점장으로 복직시킨 것은 임금피크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능력이 뛰어난 지점장들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하는 한편 다른 지점장들에게도 열심히 하면 나이가 들어도 지점에 남아 제 월급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 최선을 다하게 한다는 것이다.

올해 복귀한 3명의 지점장은 20∼30개 지점으로 구성된 평가그룹에서 상위를 놓치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들은 다시 예전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정년은 59세까지 보장된다.

귀환한 지점장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김득헌 울산 기업금융센터장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동시에 은행에도 나이와 상관없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심사를 거쳐 우수한 지점장들에게 현직을 보장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21일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 8명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점장으로 계속 근무하게 할 인원을 선발한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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