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싼값에 모십니다”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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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서울의 한 특급호텔. 일본 가수들이 여행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왔다. 보통 호텔 현관에서 촬영을 하는 데 받는 대관료는 몇백만 원 선. 하지만 이 호텔은 행사 주관 여행사에 촬영 장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2, 3년 전만 해도 여행사들이 방을 잡기 위해 호텔에 로비를 했지만 지금은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특급 호텔의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에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같은 대형 이벤트가 없어 마땅한 활로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호텔들은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수익성이 낮은 시설들은 과감히 없애는 등 불황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영업이익 감소 뚜렷

최근 국내 주요 특급호텔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뚜렷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롯데호텔은 지난해 1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화가치가 강세인 데다 한류(韓流) 열기도 미지근해져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해 6월 100엔당 830원대에서 최근에는 750원대로 9%포인트나 하락했다. 일본인들로서는 그만큼 호텔비 등 한국 물가가 오른 셈이다.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06년 출입국 동향’에 나타난 통계에서도 특급호텔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615만5000명으로 2005년에 비해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일본인은 233만9000여 명으로 2005년에 비해 4.1%나 줄었다.

○ 돈이 된다면…

호텔들은 보통 여름과 겨울 휴가철, 명절 휴일에만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지만 최근 들어 1년 내내 패키지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하룻밤 숙박권과 뮤지컬 티켓 2장을 포함한 패키지상품을 11만 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고 있다.

단순히 가격만 깎아 주던 과거와 달리 그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 공연과 연계하거나 마사지, 화장품, 꽃 등의 선물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이 부쩍 늘었다.

객실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레스토랑은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2005년 4월 문을 연 파크하얏트서울은 레스토랑 및 바가 3개뿐이다. 서울프라자호텔은 레스토랑 한 곳의 문을 닫는 대신 22층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소규모 결혼식을 위한 연회장을 만들 예정이다.

○ 해외 마케팅 등으로 활로 모색

밀레니엄서울힐튼의 곽용덕 과장은 “보통 1년에 2번 정도 가던 일본 출장을 6번 정도로 늘리며 현지 여행사에 대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비즈니스 고객을 겨냥해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있다. 일본인만 타깃으로 하면 엔저(低)나 한일 관계 악화 등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 다른 나라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고객 등으로 고객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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