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어지러운 국토개발]사업 주도기업 ‘감감’

  • 입력 2007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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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인지, 지방 신도시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서울 강남 주민들이 거기까지 가겠어요?”

작년 말부터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강남 대체 분당급 신도시’의 베일이 벗겨지자 한 건설사의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건설사로선 시공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굳이 불평할 것도 없지만 정부의 선택이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현 정부에서 시장과 정부의 부조화, 불화는 일상화한 지 오래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구호와 부동산 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의 충돌은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 정부가 벌여 놓은 방대한 개발사업의 뒷정리는 다음 정부의 몫으로 남게 됐다. 그 후유증도 만만찮을 가능성이 높다.

○ 신도시, 수량은 채웠지만…

정부는 1일 ‘동탄 2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8·31정책과 11·15대책을 통해 약속한 수도권 내 4500만 평의 공공택지 확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가 지정한 신도시 중 서울 강남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곳은 송파(4만9000채) 정도에 그친다. 김포, 검단, 양주, 동탄 2신도시 등은 강남 주민들에게는 ‘너무 먼 당신’일 뿐이다.

동탄 2신도시에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 정도 신도시는 경기도에서 10개 이상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남 대체 효과는 미흡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현 정부가 신도시를 조성키로 한 목적은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권의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것이지만 강남 공급 확충이 더 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모 인사는 “정부는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면 1만2000채가 추가 공급되는 데 그칠 뿐이라고 하지만 이는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그대로 둔 채 산정한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 겉도는 기업도시

기업도시도 말만 요란할 뿐 현대건설이 사업 주체인 충남 태안군을 빼면 성과가 거의 없다.

대한전선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전북 무주군은 주민들의 반발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으며 전남 영암·해남군은 사업을 끌고 가겠다는 주도기업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 기업도시들이 관광레저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대부분 골프장 건설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기업이 있는 곳에 기업도시를 조성해야 하는데, 먼저 도시를 지정해 놓고 기업 보고 오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도시, 과대평가돼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업도시가 철저한 수요 분석보다는 낙후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따라 선정돼 개발의 경제성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보고서에서 “기업도시특별법은 모든 개발 방향을 사전에 확정하고 대규모로 개발하는 방식이어서 향후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혁신도시도 부작용 속출

정부가 뒤처진 지방을 발전시키겠다며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혁신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추진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한주택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을 진주시로 이전해 경남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12개 공공기관을 진천군과 음성군으로 옮겨 충북 혁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남도와 충북도는 “공공기관을 도내 다른 곳으로 분산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정부는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였다”며 혁신도시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남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와 이행실시협약 체결을 지연하거나 거부해 혁신도시 추진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북은 혁신도시 건설 방침을 철회시키겠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혁신도시 예정 용지의 토지보상비를 둘러싼 갈등도 늘고 있다.

경북 혁신도시가 들어설 김천시 남면 등 주민들은 보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토지보상비를 현실화해 달라”며 최근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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