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SK를 국내 지갑만 노리는 집안 호랑이라 했는가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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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제조업 계열사 수출 비중 사상 처음 50% 넘다

SK그룹은 ‘글로벌 경영’을 앞세우지만 ‘내수 기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사업과 내수시장 위주인 이동통신사업이 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그룹 내 제조업 계열사의 수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경영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SK그룹은 제조업 매출 구조가 내수에서 수출로 전환된 데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다.

25일 SK그룹에 따르면 SK㈜, SK케미칼, SKC, SK인천정유 등 그룹 내 제조업 4사(社)는 지난해 모두 29조87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수출은 15조149억 원으로 50.26%다. SK그룹은 “제조업 계열사의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계열사의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2004년 47.25%, 2005년 48.85% 등으로 최근 꾸준히 늘어 왔다. 10년 전인 1997년의 수출 비중은 30.82%였다.

주요 수출 품목은 휘발유 및 등·경유,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SK㈜·SK인천정유)과 고급 윤활기유(SK㈜), 폴리에스테르(PET)필름(SKC), 고급용기소재(SK케미칼) 등이다.

수출 실적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해외 생산도 활발하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장쑤(江蘇) 성에 접착제 공장을 완공해 생산에 들어갔고, 비슷한 시기에 SKC도 중국 안후이(安徽) 성에 월 300t 생산 규모의 PET필름 공장을 준공했다.

수출에는 제품뿐 아니라 ‘기술’과 ‘경영 노하우’도 포함돼 있다. 1999년 ‘지식경영 시스템’을 도입한 SK㈜는 회사 내부의 지식을 세분화, 체계화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신흥 정유회사에 설비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다.

경영 기법을 포함한 이 회사의 기술 수출액은 2000년 188억 원에서 지난해 900억 원으로 늘었다. SK㈜ 관계자는 “올해도 가나 TOR사에 350만 달러(약 33억 원) 등 약 915억 원의 기술 수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SK그룹 수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은 SK인천정유 인수가 결정적이다.

나프타와 벙커C유, 항공유 등을 주로 수출하는 SK인천정유는 지난해 내수 판매(1조4176억 원)의 2배 가까운 2조7190억 원어치를 해외에 팔았다. 특정 회사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의 수출도 2005년 10조6889억 원에서 2006년 11조4542억 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SK케미칼의 수출은 2005년 7749억 원에서 지난해 4727억 원으로, SKC의 수출은 2005년 4616억 원에서 3690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일부 생산 라인이 자회사로 분사하면서 외형상 실적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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