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청바지 매장 고객을 보니 2007 쇼핑 트렌드가 보이더라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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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처음 문을 연 프리미엄 청바지 편집매장 ‘블루핏’.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의 청바지를 한데 모아 파는 곳으로 캐주얼 매장 층에 처음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이 3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高價) 청바지인 데도 해마다 찾는 고객이 늘면서 이곳은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에서 한 달 매출이 5억 원을 넘어서는 매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에 따라 백화점 측은 올 2월 명품관을 새로 열면서 블루핏에 60평 매장을 내줬다. 명품관에 청바지 편집매장이 들어서는 파격을 연출한 것.

젊은층을 겨냥해 탄생했다가 명품관에까지 진입한 블루핏의 고객 성향을 살펴보면 2007년 소비 트렌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 청바지는 고급, 다른 의류는 저가로

지난해 블루핏을 찾은 고객이 다른 곳에서 가장 자주 구입한 의류 브랜드는 중저가 브랜드인 ‘망고’와 ‘지오다노’. 청바지 하나에 30만∼40만 원을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10만 원 미만의 저가 의류를 많이 산 것이다. 반면 가방 등의 액세서리는 루이비통 등의 명품(名品)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점심은 값싼 라면을 먹더라도 커피는 비싼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전형적인 ‘가치소비’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저가를 찾으면서 자기만족을 위한 제품, 자주 사지 않는 물건은 명품, 프리미엄 등 최고급을 선호하는 소비 방식이 가치소비다.

고가 평면 TV의 인기가 높아지고, 샤넬, 랑콤 등 고가의 화장품을 쓰는 소비자가 미샤, 더페이스샵 등 저가 화장품을 함께 쓰는 것도 이런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의 박정현 선임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면서도 저가형 제품을 찾는 ‘양극단형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쓸 땐 쓰고 아낄 때는 아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구매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벌에 30만 원이 넘는 고가 청바지 매장을 찾은 블루핏 고객은 지난해 30대가 전체의 37.5%로 가장 많았다. 40대(20.9%)까지 포함하면 30, 40대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50대 고객도 6.2%를 차지했다.

자기표현이 강하고 20대처럼 몸매를 가꾼 30, 40대 여성과 패션 미용에 관심 많은 30, 40대 남성이 많이 찾는다는 게 바이어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젊은이들처럼 자신을 가꾸는 데 과감히 투자하는 요즘 중년층의 소비 행태가 담겨 있다.

○ 중년층 “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신세계백화점의 노대영 여성캐주얼 담당 과장은 “10, 20대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직장인이나 중년 고객이 많다”며 “이들을 위해 캐주얼 티셔츠 대신 페미닌 스타일의 정장 등 직장에서도 입을 수 있는 상의를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노무족’(No More Uncle·외모 가꾸기에 적극적인 중년 남성) 등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

뷰티 트렌드 연구소 ‘고운세상 네트웍스’의 인현진 이사는 “불혹이라는 나이에도 안정 대신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자식이나 직장에 모든 걸 바치는 대신 자신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나’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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