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창무]KORUS 경제시대 기업이 뛸 때다

  • 입력 2007년 4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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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을 묶어 부르는 단어로는 코메리카(Komerica)와 KORUS가 떠오른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된 이후 한미 양국 정부나 재계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더욱 친숙해진 것은 코러스이다. 협상이 타결되면서 코러스 경제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미국과의 FTA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역업계가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주요 경쟁국보다 먼저 체결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수출을 주도하는 15개 품목을 기준으로 보면 경쟁국은 캐나다 멕시코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가 손꼽힌다. 이 중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무관세 혜택을 누린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도 같은 프리미엄을 누리게 된다.

한국무역협회가 해외 지부를 통해 모니터링한 결과 일본 자동차업계는 원화 강세로 경쟁력이 약화된 한국산 차의 가격경쟁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본다. 일본의 액정표시장치(LCD) TV 메이커 역시 미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대만 경제건설위원회는 한미 FTA에 따라 자국 대미수출의 4%에 해당되는 20억 달러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 측면에서는 대미 수출에 청신호가 나타나는 셈이다.

한국의 수출은 2002년 1624억 달러에서 지난해 3254억 달러로 4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대미수출은 328억 달러에서 432억 달러로 3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각각 16.7%와 6.7%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런 와중에 많은 대미 수출기업은 경쟁국에 시장을 빼앗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FTA의 타결은 부진 국면의 대미수출에 활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한미 FTA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미수출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주역은 기업이다. 국가경제 차원의 필요성을 떠나 기업 스스로도 KORUS 경제시대에 걸맞은 새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경쟁국에 맞서기 힘들다.

무역업계는 FTA 발효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시장,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위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 다른 나라로 향하는 바이어의 발길을 돌려놓아야 한다. 수입 면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 경쟁력 향상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소비자의 가격인하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제대로 살리는 방안으로서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무역과 투자의 연계다. 단순히 상품을 사고팔지 말고 기술제휴와 합작투자를 비롯해 한 차원 높은 협력을 모색하자는 말이다.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미국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전받아 기술력을 보강하거나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국 기업 및 제3국 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 합작투자 기회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후발 경쟁국으로 쏠리는 미국 직접투자의 물길을 돌려놓고 한국을 대미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일본과 중국 등 제3국 기업을 끌어들일 경우 한국은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투자 유치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도 효과가 크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가다듬어 투자 여건을 경쟁국에 비해 손색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외국기업과 외국인에 대해 좀 더 친절하고 개방된 마인드를 가지는 국민이 어우러진다면 한미 FTA는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유창무 한국무역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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