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긴급시론<5>/홍기택]선심성 피해구제 남발 말라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코멘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한국 경제는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통합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에 그대로 노출된다. 무한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형평성 위주의 정책과 제도로는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효율성 위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하며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는 조속히 철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통합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낙오되고 국내시장이 상당 부분 잠식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형평에서 효율로 정책전환 필요

현 정부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성공적으로 타결한 한미 FTA는 역설적으로 정부 정책 방향의 180도 전환을 요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FTA 반대론자의 주장처럼 한미 FTA는 경제 주권을 상당 부분 포기하게 만든 셈이 된다. 그러나 경제 주권을 지키면서 쇠퇴의 길로 가기보다는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번영의 길로 나가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시장 통합으로 보호막이 걷히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부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국내의 상당수 산업이 타격을 받는데 이런 산업과 종사자에 대해서는 세심한 배려와 더불어 적절한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국회 비준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제조업과 관련 서비스업에 한해 시행하던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제도하에서는 FTA로 매출 감소 등 불이익을 받는 기업이 단기경영과 설비투자 자금 등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

실직 노동자를 위해서는 고용지원센터에 FTA 신속지원팀을 운영한다고 한다. 실업급여, 취업지원 서비스, 전직훈련 등 고용안전망을 활용해 실업 기간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는 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한다. 이는 기존의 실직자 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FTA에 따른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들만을 위한 재취업 특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의 경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득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직접 보전받을 수 있는 직불금 대상 품목을 키위 시설포도에서 소와 돼지, 감귤, 콩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입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면 직전 5년간 평균가격의 80%를 기준가격으로 차액의 80%를 보전해 준다.

이런 소득보전책은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지원 요건을 충족할 때만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 연말 대통령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에 경쟁적으로, 선심용으로 보조금을 퍼 주는 식이면 안 된다. 이는 지원을 받는 대상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피해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세금만 낭비하게 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 맞춰야

정부는 현재 조성된 1조2000억 원 규모의 FTA 이행자금을 대폭 확충해 생산시설 확대 등 구조조정에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농업과 서비스업은 지금과 같이 영세한 규모로는 통합된 시장에서 도저히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일회성 자금 지원은 영세업자의 수명만 연장시킬 뿐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대형화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 정책은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토지, 환경 등 관련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 금융시장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 대형화된 기업이 자생적으로 출현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개발 투자가 가능하고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홍기택 중앙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