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한국산 섬유, 美시장서 중국산보다 값 싸져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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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한국과 미국 간에 관세 및 비관세 장애물이 사라진 ‘자유무역 고속도로’가 깔리게 됐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잘 대비하지 못하면 ‘교통사고’를 당할 업종도 있다.》

■자동차…수출-내수 모두 가격인하 효과

○고속질주 예상되는 자동차산업

자동차는 FTA의 최대 수혜업종 중 하나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수익성과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2.5%의 미국 관세가 없어지면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부품산업도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차의 대미(對美) 수출은 69만3124대, 금액으로는 87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반면 미국 차의 수입은 5024대, 1억4207만 달러에 그친다. 한국 자동차업체의 상대적인 이득이 훨씬 큰 것이다.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9%를 차지하는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가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합의안은 아쉬운 부분이다. 픽업트럭은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쌀’과 같다.

미국 자동차업체로서는 8%인 한국 관세가 없어지면 5% 이상의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차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벤츠와 BMW 등 일부 차종은 미국에서 생산된 것이 한국에 수입되고 있어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게 됐다. 반면 미국산 일본차는 물류비용과 생산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장은 수입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소비자로선 2000cc 이상 승용차의 경우 특소세가 10%에서 5%로 떨어지면서 교육세(특소세의 30%)와 부가가치세(판매가격의 10%)에도 영향을 미쳐 실제 7.2%의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세전 가격이 2900만 원인 ‘그랜저 3.3 TOP’ 모델의 경우 209만 원 정도 싸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과 조선은 관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직접적 혜택은 크지 않을 듯하다.



■농업…美쇠고기값 한우의 3분의 1

○FTA의 높은 파고 맞은 한국 농업

한미 FTA로 한국의 농업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한국으로서는 피해 규모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애초 농업 부문 협상의 목표였을 정도다.

최대 관심사인 쌀 개방은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쇠고기다.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현행 40%인 쇠고기 관세가 10년 안에 단계적으로 완전 철폐될 경우 한 해 평균 각각 2200억 원 정도 국내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종협상 결과가 15년간 ‘장기 철폐’이기 때문에 피해액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이 한우 산지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축산농가들의 피해는 커질 듯하다.

최장 10년 안에 관세를 없애야 하는 돼지고기의 경우도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값싼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가 늘어나면 대체재인 돼지고기의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 등의 감귤 농가들도 타격받기는 마찬가지.

비록 계절관세를 적용해 국내 감귤 출하기에는 현행 50%의 관세율을 유지하게 됐지만 시설하우스감귤(4∼9월 출하) 등은 앞으로 미국산 오렌지와의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관세 철폐 기간 농가들이 철저한 고급화와 차별화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야 FTA의 파고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섬유…年 2억달러 수출증대 예상

○섬유산업도 대표적 수혜 업종

섬유산업도 대표적인 FTA의 수혜 업종이다. 원사(原絲)의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정하는 미국의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얀 포워드·Yarn Forward)이 완화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섬유·의류 부문의 미국 내 평균 관세율은 8.9% 수준. 하지만 스웨터 등 15%가 넘는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이 전체 수출 품목의 13%가량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관세 철폐로 한 해 2억 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되고 대미 수출 비중이 2005년 17% 수준에서 20% 선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관계자는 “미국 내 바이어들이 제품 주문을 FTA 타결 이후로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화학과 정유업계는 대미 수출로 거둘 이익이 크지 않거나 관세 영향을 이미 받고 있지 않아 FTA 체결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신약개발국 도약 빨간불”

○국내 중소 제약사, 타격 받을 듯

한미 FTA 의약품 협정에서 특허 보호가 강화됨에 따라 복제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중소 제약사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 오리지널 약품과 주요 성분은 같지만 부속 성분이나 제조방법을 다르게 하는 대형 제약사의 개량신약(新藥) 개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의 주요 쟁점 중 제약업계가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의약품 특허 등 지식재산권 보호 분야다. 정부는 자료 독점권,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등 미국 측이 요구한 핵심사항을 들어 줬다.

제약업계는 2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특허기간이 5년 정도 늘어나는 혜택을 보게 됐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제너릭 의약품(복제약)과 개량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통로를 가로막아 신약 개발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분야의 저작권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돼 앞으로 저작권 관련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농산물 시장 뚫고 지재권 확보 한국 투자땐 투명한 법적 보호”

■ USTR의 합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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