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미국 최소 100억달러 이익 기대

  • 입력 2007년 4월 2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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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됨에 따라 미국은 중기적으로 최소한 1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측과의 끝장 협상을 이끈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지난 20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무역소위 증언에서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미국측 이익이 "170억 달러에서 4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직접적인 이득 못지 않게 미국이 중시하는 건 미국 경제의 세계적 경쟁력 유지이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시장에서의 우위 선점은 미국이 한국과의 FTA를 밀어붙인 주요 목표였다.

세계적으로도 빠르고 역동적인 경제모델로 꼽혀온 한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자칫 중국의 안마당이 될 우려가 있는 아시아에서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은 특히 싱가포르와 호주에 이어 한국과도 FTA를 체결함으로써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및 유럽연합(EU)과 맞설 토대를 구축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잇따라 협정을 맺을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한 셈이다.

따라서 실질적 이득은 물론 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은 한국과의 FTA협상을 타결시킨 것은 상당한 성공으로 받아들일만 하다는게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세부 타결 내용에 대해서는 업계별로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타결을 환영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자유무역지대 출범을 기대하는 측이 있는 가 하면, 이번 협정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며 의회의 비준 거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협상 막바지까지 자동차와 농산물 분야 등에 대한 압박을 가하며,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의회 비준이 어려울 것임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마지막까지 쟁점으로 남았던 농산물과 자동차 분야협상에 합의한 것은 이 정도면 상당한 소득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과 계산의 결과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막판까지 최대 협상 쟁점이었던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은 쌀을 압박카드로 사용하면서 쇠고기 등 축산물과 오렌지, 사과, 배 등 이른바 민감품목 농산물 시장의 문을 열어젖히는데 주력하는 전략을 썼다.

미국측이 쌀을 협상 대상에서 뺀 것은 한국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쌀 시장 개방을 관철시킬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쌀을 한미 FTA에 포함시킬 경우 미국은 농업구조 조정이 늦어지고 쌀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늘어나 경제 전체로는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란 분석까지 제시한 바 있다.

쇠고기의 경우 FTA협상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협상과 직접 연계시켜 검역과 수입관세 철폐 압박을 가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농산물과 함께 막판 진통을 거듭한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은 배기량 기준 세제개편과 8% 관세 철폐, 특소세 인하 등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과거 일본의 미국차 시장개방에서 보듯 미국차의 판매가 한국 시장에서 급증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관세 철폐 등으로 한국차의 미국시장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큰 미 자동차업계의 압력을 의식한 미국 정부는 명분용 업적쌓기에 충실한 셈이다.

막판까지 쟁점으로 남았던 개성공단 문제도 미국측으로선 당장의 실익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해 다른 분야를 압박하는 카드로서의 효용가치가 컸을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 정부로서는 마지막까지 최대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치권과 업계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상당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하원 민주당 핵심의원들은 이미 한미 FTA합의안의 쟁점 내용들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자동차와 축산업계 등도 합의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USTR측도 의회 통지부터 30일간 미국 업계의 합의안 검토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한국측의 동의가 있으면 법률상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 협상 타결 이후 미국 내 업계와 의회의 반발을 이유로 협상안 수정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같은 의회와 업계 일각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협상을 타결한 것은 미국 경제의 경쟁력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제조업자와 농부들은 한국의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잃을 뿐만아니라 한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먼저 체결함으로써 기존의 시장점유도 잃는 등 훨씬 더 도전적인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타미 오벌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의 미 의회 청문회 증언은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도 외면하기 어려운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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