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현재유보 결정에 타격입은 영화계

  • 입력 2007년 4월 2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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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한미 FTA 협상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기로 했을 때 영화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 후 스크린쿼터 원상복귀를 위한 투쟁에 나섰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은 채 그해 7월1일부터 새로운 스크린쿼터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영화계가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것이 '미래유보'. 미국 측에서는 '현재유보'를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래유보'는 향후 달라진 상황에 따라 스크린쿼터 일수를 늘릴수 있지만, '현재유보'는 현행 73일에서 더 이상 늘릴 수는 없고 줄일 수는 있는 조치다. 이 때문에 영화계는 문화관광부에 강력하게 '미래유보'만큼은 지켜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영화계의 우려대로 현재유보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한국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이자 아이필름 대표인 오기민 씨는 "영화산업이 바닥을 쳤을 때 회생의 기본 토대가 없어졌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문화산업은 사이클이 있다. 잘될 때가 있지만 정체에서 쇠락의 길로 가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할 때가 있는데 스크린쿼터는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1970~1980년대 한국영화가 헤매고 있을 때 그나마 스크린쿼터가 있어 극장들이 어쩔 수 없이 한국영화를 걸어야 했고, 이 때문에 한국영화는 계속 제작돼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IT강국의 '폐해'로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화돼 영화 제작 및 관계사들의 수입이 극장 수익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

그러나 이와 달리 멀티플레스 체인들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GV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외화보다 뛰어나게 높은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보다는 시장논리에 움직이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어떤 한 형태로 규정짓는 게 극장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미래유보로 인해 만약 스크린쿼터 일수가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극장에게 책임을 넘어올 수 있으니 아예 그런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지 않은 게 낫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한국영화의 위기도 스크린에 걸려 있는 영화는 한국영화가 많은데 점유율이 적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 스크린 수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기민 대표는 "멀티플렉스 체인과 서울의 중소극장, 지방 극장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본 400개 이상 스크린을 잡았던 것과 달리 올 들어 배급사들이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P&A(필름 프린트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이느라 스크린을 300개 이상 잡는 경우가 드물어지면서 필름을 받지 못하는 극장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

오 대표는 "한국영화 시장을 키운 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한국영화"라며 "할리우드 영화는 그것대로 유지되면서 한국영화가 기본적인 시장 형성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극장에 돌아가는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 대표는 "미국이 한국영화 산업에 이토록 집요하게 관심을 갖는 건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가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권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자기네들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자 대중문화산업 발전 자체를 억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정권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며 FTA 무효화를 위해 영화계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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