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엔 ‘제2의 생활’ 기업들엔 ‘제2의 시장’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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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 가상 생활공간‘세컨드 라이프’기업들의 새 엘도라도로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2월 젊은 세대를 위한 중저가 승용차 ‘사이언’의 신모델을 ‘도요타 사이언 섬’에서 선보였다.

사이언 섬은 인터넷 가상현실 사이트인 ‘세컨드라이프’에 존재하는 가상의 땅.

도요타는 이곳에서 50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불러 모았다.

같은 기간 실제 모델을 전시한 시카고 모터쇼보다 더 많은 방문자를 받은 것이다. 도요타의 성공은 경쟁사를 자극했다.

닛산의 알티마,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후 잇따라 세컨드라이프에 전시관을 열었다.》

○ 회원 2000만 명 예상… 한국어로도 서비스

세컨드라이프는 2003년 시작된 일종의 온라인 게임이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게임과는 크게 달랐다. 게임의 스토리와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대신 가상의 인생을 살았다. 경제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곳의 가상화폐 ‘린든 달러’는 미국 달러와 환전되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도 쓸 수 있다. 이들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부동산 감정사, 건축가, 식당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회원 수도 급증했다. 2005년 말 10만 명이던 사용자는 2006년 말 150만 명으로 늘었고, 3월 말 현재 514만 명이 됐다. 연말에는 2000만 명까지 늘어나리라는 게 개발사인 린든랩의 추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이었다. 그러자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세컨드라이프를 명확한 타깃 소비자를 가진 마케팅 공간으로 본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어 세컨드라이프 서비스도 시작됐다. 현재 이 서비스는 영어, 독일어, 일본어와 한국어 4개 언어로만 서비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세컨드라이프, 유행을 넘어서 기회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점차 비중이 늘어나는 온라인 고객을 이해하려면 기업이 세컨드라이프를 익히고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IBM은 전 세계 직원들 모아놓고 회의도

현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컨드라이프는 새로운 판매처다. 미국 컴퓨터업체 델은 세컨드라이프에서 온라인 주문판매를 받고 있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도 세컨드라이프에 가상 서점을 열었다.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웨스틴과 셰러턴호텔 체인을 보유한 스타우드 그룹은 2008년 오픈 예정인 호텔의 모델하우스를 세컨드라이프에 미리 지어 고객들에게 체험시킨다.

미국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도 새 의류를 선보이기 전 가상공간에서 고객 반응을 살핀다. 이 경우 저비용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세계 100여 개국에서 회원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세컨드라이프를 이용해 회의를 진행한다. 새뮤얼 팔미사노 IBM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에 흩어진 직원들을 세컨드라이프에 모아 놓고 대륙별 회의를 열고 있다.

보고서는 또 “세컨드라이프는 전 세계의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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