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이젠 공학입니다”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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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직감 의존 상품개발 끝”… 수학에 바탕 파생상품 개발에 눈돌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 금융공학부. 미국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의 생애를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나옴직한 복잡한 수학공식이 적힌 간이칠판이 사무실 곳곳에 놓여 있었다.

올해 신설된 이 부서에는 모두 25명의 정예 ‘퀀트’들이 일하고 있다.

퀀트는 ‘수량에 관한’을 의미하는 ‘퀀티테이티브(quantitative)’에서 나온 말로 금융회사에서 수학적 모형을 만들어 파생상품의 수익구조를 결정하고 위험도를 조절하는 금융맨을 뜻한다.

이들의 전공은 미국 시카고대 금융수학 석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공학 석사, 영국 웨일스대 국제법률 석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과 및 건국대 축산학과 출신 등으로 다양했다.

금융공학부는 지난달 29일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 금리 스와프와 아파트 담보대출을 결합한 파생상품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핵심부서로 커가고 있다.

○ 안정적 수익원 탈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융 파생상품 개발에 소홀했다.

전통적으로 대출 이자와 수수료 등 안정적 수익원에 의존해 온 은행들로서는 주식 채권 환율 등 가격지표 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복잡한 파생상품 개발이 절실하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 분야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시중은행들도 금융기법 개발이 다급해졌다. 환(換)위험 관리 등 기업대상 상품에 머물지 않고 가계대출시장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전유문 국민은행 금융공학부장은 “유전자를 잘못 조합하면 생명체가 죽는 생명공학처럼 다양한 자산이 결합되는 파생상품도 정교한 금융공학을 필요로 한다”며 “감각과 직관에 의존하는 금융상품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 ‘스와프 금리와 아파트 담보대출 이 만났다’

국민은행이 이번에 선보인 ‘KB 스와프 연계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은 3개월 주기 변동금리 아파트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시장금리 대신 일정기간 약정되는 스와프 금리를 적용한다.

지난달 말 현재 만기 3년 스와프 금리는 연 4.73%로 3개월 시장금리인 양도성 예금증서(CD) 수익률인 4.94%보다 0.21%포인트 낮다.

고객으로선 현행 3개월 주기 변동금리 대출 금리(최저 5.65%)보다 낮은 금리(최저 5.44%)가 적용되면서 스와프 계약기간에는 금리 상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영한 국민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은 “시스템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은행권의 파생상품 분야가 상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고객의 선택 폭도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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