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시장 1500억 달러… “굴뚝을 팝니다”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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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가 ‘구본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첫 신규 사업으로 LG필립스LCD와 손을 잡고 ‘탄소시장’에 진출한다. 온실가스 배출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대기업이 탄소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LG상사가 처음이다.

‘탄소시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상품화해 거래하는 특수 시장을 말한다. 온실가스를 줄인 실적을 유엔 기후변화협약(FCCC)에 등록하면 줄인 양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얻게 된다.

삼성물산도 탄소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대기업 간 시장 쟁탈전도 예상된다.

○ LG상사-LG필립스LCD와 청정개발체제 협약

LG상사는 3월 12일 LG필립스LCD와 온실가스 저감(低減) 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대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LG상사는 이르면 이달 중 인력 보강 등 구체적 추진 방안을 마련해 LG필립스LCD의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 공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저감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08년 하반기(7∼12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나 국내에 조성될 탄소펀드 등을 이용한 자금 유치와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탄소시장 진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필립스LCD 파주와 구미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예상량은 울산화학과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울산화학은 온실가스 저감 설비를 설치해 연간 140만 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국제 시세(t당 평균 10달러)에 따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삼성물산도 탄소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쓰비시, 마루베니 등 일본 종합상사는 탄소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CDM 사업이나 온실가스 배출권 사업을 주력 사업인 자원 개발이나 플랜트 수출 등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해외 기업이 선점… 국내 기업들도 진출 잇따라

2005년 발효된 교토(京都)의정서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 등 38개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의무를 준수하려면 온실가스 감축 설비를 설치하거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세계 10위인 우리나라도 2013년 이후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시장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5년 110억 달러에서 2010년 15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업체와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탄소펀드에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울산화학의 CDM 사업 등 국내 11개 사업이 유엔에 등록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 중 상당수는 일본, 프랑스 등 해외 기업이 투자했다. 중국, 인도 등의 해외 시장도 외국 기업이 선점해 국내 기업이 설 자리가 좁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기업보다 때늦은 감이 있다”며 “교토의정서의 1차 의무이행 기간이 끝나는 2013년 이후 상황 등도 불확실해 대기업들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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