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합리주의’ 이성태 한은 총재 취임 1주년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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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62·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 달 3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이 총재는 1968년부터 한은에 몸담아 오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정통 한은맨’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의 원칙과 뚝심은 지난해 11월 16년 만에 이뤄진 지급준비율 인상에서 잘 나타난다. 과잉 유동성 축소를 위해 요구불예금 등 만기 1년 미만인 단기성 은행예금에 적용되는 지급준비율을 기존 5%에서 7%로 전격적으로 인상한 것.

시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강수를 둔 지준율 인상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국내 과잉 유동성의 ‘환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사실상 잊혀진 ‘오래된 카드’를 꺼낸 강력 처방”이라고 평가했다.

시중에 넘치는 돈을 빨아들이려는 그의 행보는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 콜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12월에는 한은이 중소기업 대출용도로 시중은행에 빌려 주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 원가량 줄였다.

이 총재는 중앙대 교수와 건설부 장관 등을 지낸 전임 박승 총재와 종종 비교된다.

직설적 화법으로 잦은 설화(舌禍)를 겪은 박 전 총재와 달리 이 총재는 교과서적 화법을 구사하는 ‘매파’ 합리주의자로 통한다. 또 한은의 내부 개혁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부터 적용하는 ‘근무성적 하위 5% 퇴출제’는 실효성 여부를 떠나 ‘신(神)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한은 조직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중앙은행 수장(首長)으로서의 안정감이 비교적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 그는 취임 1년을 맞아 사내보(社內報)인 ‘한은 소식’과 대담을 했다.

그는 이 대담에서 “중앙은행은 한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없어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으면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며 “스스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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