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뭉칫돈 잡기’ 총력전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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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1·서울 마포구 도화동) 씨는 평소 여윳돈이 생기면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인출해서 쓰고 있다.

김 씨는 “소액이라도 MMF에 넣어 두면 연 4% 안팎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당일 입출금이 가능해 ‘이자 높은 은행통장’처럼 애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2일부터 개인은 MMF를 거래할 때 ‘원칙적으로’ 당일 환매를 할 수 없게 됐다.

금융업계에서는 고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MMF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잡기 위해 각종 상품을 내 놓고 있다.

○ 수탁액 이탈 하루가 다르게 커져

미래가격제도는 MMF에 가입하거나 환매를 요청하면 신청일의 종가를 반영한 기준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신청일 기준가는 당일 거래가 끝난 뒤(미래)에 결정돼 이런 이름을 붙였다.

기존에는 MMF 거래를 할 때 전날 기준가를 적용해 당일 환매가 가능했다. 미래가격제도는 지난해 7월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22일부터 개인으로 확대됐다.

전날 기준가를 적용할 경우 당일 금리가 급락하는 등 돌발 상황이 생기면 대규모 환매가 발생해 남아 있는 고객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형평성을 위해 미래가격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미래가격제도 도입으로 MMF에서 자금이탈이 가시화하는 등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1일 현재 개인 MMF 수탁액은 39조 7830억 원으로 전날보다 8581억 원 줄었다. 최근 들어 하루 감소폭은 △15일 1830억 원 △16일 2133억 원 △19일 3906억원 △20일 5150억 원 등으로 커지고 있다.

○ “입금 첫날 이자 지급” 보완상품도 선보여

미래가격제도가 실시됐지만 MMF 계좌를 통해 주식 매매를 하거나 급여 입금, 공과금 납부 등 사전에 예약된 거래에 대해서는 당일 결제를 할 수 있다.

또 국민은행, 우리은행,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상당수 금융회사들은 따로 자금을 마련하거나 담보 대출을 해 주는 형식으로 당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산운용협회 측은 “환매 시점에 따른 금액 차이나 대출 이자 등이 발생하지만 액수가 미미해 사실상 당일 거래를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미래가격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하나은행은 MMF 입금 첫날에도 이자를 지급하는 개인 MMF 전용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인 ‘하나수퍼플러스’를 내 놓았다.

기업은행도 MMF 입금 첫날에 이자를 주는 ‘개인 MMF용 브리지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MMF에서 이탈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됐다.

이날 대우증권은 수익률이 연 4.5%인 ‘예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내 놓았다. 우량 금융회사의 예금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MMF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하루만 맡겨도 연 4.4%의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1조 원어치를 판매하고 있다.

동양증권 측은 “개인 MMF 미래가격제도 도입으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RP형 CMA를 원하는 고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머니마켓펀드(MMF) 미래가격제도

MMF에 가입하거나 환매를 요청하면 신청일의 종가를 반영한 기준가격을 적용하는 제도. 기존에는 전날 기준가를 적용해 당일 거래가 가능했지만 미래가격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신청일 다음 날 돈이 입금되거나 환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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