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복삼(運七福三)? 실력은 기본,운과 복이 그들을 택했다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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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장들이 잇달아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수장(首長) 연임시대’가 본격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까지 연임에 성공한 금융권 수장들은 나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3연임), 홍성주 전북은행장(3연임), 강권석 기업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5명이다. 정경득 경남은행장과 정태석 광주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과 복이 따라야 한다는 ‘운칠복삼(運七福三)’의 연임 은행장들. 이들의 연임 배경에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속사정도 적지 않다.

○ “무엇보다 시대를 잘 만나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1967년부터 1973년까지 4, 5대 행장을 연임한 정우창 전 행장 이후 연임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강 행장은 오랜 ‘연임 불가’ 관행을 깨고 이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연임에 성공했을까.

금융계 일각에서는 재무부를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강 행장이 이번에 ‘어부지리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말이 나온다. 대체로 기업은행장은 금감원과 한국은행 퇴임 인사들이 맡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왔는데 최근 퇴임 인사 중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침 강 행장과 경합한 장병구 수협 대표는 아들의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는 후문이다. 30여 년을 외환은행에서 보낸 민간 출신으로 그동안 인사 검증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는 복수 후보에 대해 순위를 매기던 관행을 깨고 각각의 장단점만 올려 대통령에게 선택을 일임했다.

이에 대해 문해남 청와대 인사관리비서관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추천위의 의견을 고려해 최종 낙점했으며 특히 (강 행장의) 경영실적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 “은행장은 일반 기업 경영자와는 달라야”

하지만 경영실적으로만 금융회사의 수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자산규모 1위로 올라선 우리지주의 황영기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국내 은행은 아직도 ‘기관’과 ‘기업’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면서 “강 행장이 두 가지 성격에 모두 부합하는 성과를 냈다면, 황 회장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마찰 등 기관장으로서의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우리지주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1차관은 본인의 실력과 함께 재경부의 ‘밀어주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그동안 은행 경영에서 보여준 확실한 ‘성취’와 함께 대주주인 재일교포 2세들과의 돈독한 관계도 연임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드헌팅 회사 ‘유앤파트너즈’의 유순신 대표는 “국내 금융권은 인재 풀이 두텁지 않은 데다 관(官) 출신 인사를 무조건 ‘낙하산 인사’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어 인재 선발에 애로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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