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우후조선!…조선업체 7년 새 10여 곳 ‘진수식’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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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현대중공업.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선박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현대중공업.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과잉 투자’인가 ‘틈새시장 발굴’인가.

세계 조선업 호황을 계기로 중소형 신생 조선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선박 일부분을 만드는 블록업체나 선박 수리를 전담하던 전문업체들이 조선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건설업체, 철도차량 제작업체가 중소 조선업체를 인수해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기존 조선업체들은 “호황기 과잉 투자가 불황기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신생 조선업체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틈새시장 진출”이라며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세계 조선 경기 호황 여파 투자 활발

8일 산업자원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해외 수주를 목표로 새로 설립된 조선업체는 모두 10여 개에 이른다. 해외 수주를 전문으로 하는 기존 조선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조선공업협회 소속사가 9개임을 감안하면 최근 4, 5년간 갑절로 늘어난 셈.

신생 조선사들의 시설 투자도 왕성하다. 최근 조선업에 뛰어든 대주그룹 계열의 ‘대한조선’은 전남 해남에 1조 원을 들여 조선소를 짓고 있고 ‘C&중공업’도 전남 목포에 43만 평 규모의 조선소를 건립 중이다.

SLS조선(옛 신아조선)은 올해 초 전북 군산에 52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선박용 블록을 제작해 온 성동조선해양, SPP조선도 최근 신규 설비투자를 마친 상태다.

이처럼 신생 조선업체가 늘고 투자도 활발한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계속 호황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조선 경기 때문이다.

○ 기존 업체 “조선업 분업시스템 파괴 우려”

신규업체를 바라보는 기존 조선업체의 시각은 곱지 않다.

조선업과 같은 거대 장치산업은 산업의 속성상 일단 규모를 늘리기는 쉬워도 한번 만들면 줄이기 힘든 ‘불가역성(不可逆性)’을 지녔기 때문이다.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불황기에는 수요의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저가(低價) 수주 등 업체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분업체계가 파괴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조선업은 신(新)조선과 블록업체, 선박수리업체 등 전후방 산업이 고루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너도나도 신조선 시장에 뛰어들어 후방산업이 약해지면 한국 조선업으로서는 ‘불행’이라는 것.

국내 빅3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메이저업체들이 중국에 대형 블록공장을 짓고 있는 것도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블록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중소형 조선사들이 웃돈을 주면서 인력을 빼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신생 업체 “주력 선종인 벌크선 수요 꾸준히 늘것”

신생 조선업체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선업 전체의 시황을 보기보다는 선종별, 선급별로 시황을 보는 ‘미시적 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석탄 곡물 등 건화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과 석유화학제품을 운반하는 PC선의 수요는 향후 10년까지는 문제없다는 것.

특히 신생 조선업체들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의 경우 20년이 넘은 노령 선박이 많은 데다 세계 원자재 물동량도 꾸준히 늘고 있어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성동조선해양 유관홍 회장은 “신생업체들의 생존 관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C&중공업 김용승 사장도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과 블록업체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들을 종합 관리하는 능력만 있으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틈새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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