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노후 꿈꾸는 당신, 재테크 준비 하고있나

  • 입력 2007년 3월 6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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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선물이 팡팡 쏟아지는 꿈을 늘 꿉니다.

그러니까 대책 없이 공짜를 바라는 마음인데, 로또복권을 사지도 않으면서 당첨될 때의 행운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식입니다.

노후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그저 젊은 날을 열심히 살면 먼 훗날에도 여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우아한 노후를 꿈꾸는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가랑비에 옷 젖듯 익히는 금융 마인드

아아, '실전 재테크'를 연재하기 시작한 뒤 달콤하기만 했던 제 헛된 상상은 쌉쌀한 현실에 부딪칩니다.

"어디 땅 파봐라, 1원 한 푼 나오나"란 어른들 말씀도 통감합니다.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금융상품, 이 녀석과 친해지려니 요즘 참 바쁩니다. 은행 공인인증서를 만들어 인터넷뱅킹도 하고, 재테크 책도 읽고…. 한 눈에 반하는 사랑이란 말은 있어도 한 눈에 반하는 우정이란 말을 못 들어본 이유를 알겠습니다.

씀씀이는 하루아침에 줄지 않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가계부에 돈의 들고남을 적다가 한숨만 나왔습니다. 핑계 없는 지출은 없다! 실연한 친구에게는 술도 사고, 조카 생일에는 예쁜 운동화도 선물하는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문득 생각합니다. '내 나이 60에도 이렇게 인생을 즐길 수 있을까' 하고.

●"친구 따라 강남 가지 마라"

전문가들은 재테크를 위해 연금저축 가입을 권합니다. 연간 300만 원까지 불입금액의 10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금저축이 자신에게 꼭 맞는지는 냉철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0년 이상 납입한 뒤 55세부터 돈을 받는 '만성대기 형' 구조니까요. 중간에 해약하면 그동안 받았던 소득공제 혜택을 토해내야 하고, 나중에 연금을 탈 때 이자소득세도 냅니다.

연금저축은 크게 은행에서 다루는 연금신탁, 증권사의 연금펀드, 보험사의 연금보험 등으로 나뉩니다.

연금신탁은 지난해 배당률이 2~3%대로 낮아 더 이상 은행들의 주력상품은 아닙니다.

지난해 10%대까지 수익률을 냈던 연금펀드는 원금보장이 안 되는 위험성은 있지만 적립식 펀드처럼 장기간 보유하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연금보험은 수익률이 펀드보다 못 미치지만 다른 특약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자, 뭐든 가입하겠다는 마음으로 '종합금융쇼핑센터' 격인 은행을 방문했습니다.

●"똑똑하게 챙겨야 우아한 노후"

하나은행을 방문했더니 여직원은 삼성생명의 연금보험을 추천합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즉 '방카쉬랑스'입니다.

월 25만 원씩 연간 300만 원을 불입할 것을 권하더군요. 그녀는 소득공제 혜택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55세 이후 받게 될 연금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구체적으로 얼마가 될 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실했습니다. 골치 아프게 생긴 두꺼운 보험 설명서만 "집에 가서 읽어보라"며 안겨줬을 뿐입니다.

은행들이 보험회사로부터 '두둑한' 판매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묻지 마' 식으로 가입을 종용하는 방카쉬랑스의 폐해를 체험한 셈입니다.

삼성생명에 직접 확인하니, 만약 기자가 10년 동안 월 25만 원씩 보험료(총 3000만 원)를 납입하면, 해지하지 않는 조건으로 500만 원 정도를 소득공제로 돌려받아 총 불입액은 2500만 원 가량이 됩니다.

앞으로 20년 후인 55세부터 종신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월 25만 원. 물가상승률 3% 정도를 적용할 때 20년 후 이 돈은 지금의 10만 원대 초반의 가치를 지닌다고 합니다.

●연금에 대한 소소한 단상

연금이 마냥 우아하고 풍족한 노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퍼졌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저축도 하지 않는다면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돈은 나오지 않을텐데 말예요.

연금 혜택을 다소 얕잡아보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소리를 듣습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일확천금을 벌게 된 사람들 이야기를 직간접으로 접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에서 연금을 보물 같은 재테크 상품으로 삼는 것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현상입니다.

젊은 날 연금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붓는 대신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인생도, 사랑도, 돈을 굴리는 일도 결국 선택이니까요.

다만 연금술사처럼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다듬는 삶의 태도를 연금을 통해 배웁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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