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대책 정부재정 9일새 17조→6조로 줄여 발표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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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1·31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비축용 임대주택펀드(공공 부동산펀드)’에 투입할 재정 규모 등을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건설교통부의 1·31대책 초안과 2차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0년 임대 후 매각하는 비축용 임대주택 50만 채를 짓기 위해 조성할 펀드에 2019년까지 정부 부담 이자로만 16조9000억 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펀드 규모 106조9000억 원 중 90조 원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에서 빌리고 16조9000억 원은 정부가 재정에서 출자해 기관들에 이자(연 6%)로 준다는 것이다.

초안과 2차 보고서는 부처 간 협의를 위해 각각 1월 초와 22일 작성됐다.

하지만 정부는 1·31대책 공식 발표문에서는 재정 부담이 이보다 11조 원 가까이 적은 6조 원이라고 밝혔다. 기관 차입금은 91조 원으로 보면서도 정부 출자금은 2차 보고서의 35%에 불과한 6조 원(연평균 5000억 원)이라고 한 것.

이에 대해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30평형대 임대아파트를 지으면서 재정을 과도하게 투입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출자 규모를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차 보고서와 발표문에는 출자금 산정 기준인 △연 임대료(매각 가격의 3%) △건설 단가(1억8000만 원) △펀드 보장수익률(연 6%) △10년 후 한 채당 매각 가격(2억5000만 원) 등이 똑같아 출자금을 축소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정부가 출자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식 발표문 예시를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임대료(보증금 2500만 원, 월 52만1000원)를 더 올리거나 매각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건교부 당국자도 “출자금을 줄인 것은 임대수익률을 높여 이자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1·31대책 초안과 2차 보고서에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에 따른 추가 재정 부담이 내년부터 5년간 1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발표문에는 평당 409만 원에서 456만 원으로 지원을 늘린다고만 돼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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