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과장 이상 평균 재임기간 고작 1년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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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부 4년간 27개 주요 보직 분석

현재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에서는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에서 대(對)국회 등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정책홍보관리실장(옛 기획관리실장)은 현재 사실상 공석이다. 유재한 실장이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 최근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

이 자리는 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4년간 5명이 거쳐 갔다. 현재 6번째 실장을 놓고 여러 가지 말이 있다.

본보 취재팀이 19일 한국의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재경부의 부총리 이하 과장급 이상 27개 핵심 보직의 인사이동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출범 후 평균 재임기간은 1.03년에 그쳤다. 분석 대상은 △경제부총리 △제1차관 △본부 1급(6자리) △주요 국장(11자리) △주요 과장(8자리)이다.

특히 일부 보직은 현 정부 출범 후 벌써 5, 6명이나 거친 것으로 나타나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인 재경부의 업무 연속성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경제관료들 사이에서조차 “업무를 알 만하면 바뀌기 때문에 해당 분야 정책에서 전문성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 일한 기간은 1년도 안 돼

분석 결과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주요 국장급 이상 19개 자리에는 현직을 포함해 지금까지 72명이 거쳐 갔다.

4년 동안 한 자리당 평균 3.79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은 1.05년에 그친다. 임명 초기 업무 파악 및 조직 장악에 필요한 시간을 빼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평균 1년이 안 되는 셈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경제부총리는 △김진표(2003년 2월∼2004년 2월) △이헌재(2004년 2월∼2005년 3월) △한덕수(2005년 3월∼2006년 7월) △권오규(2006년 7월∼현재) 씨 등 4명.

김 전 부총리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퇴진했고, 이 전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물러났다.

실·국장의 ‘수명’도 대부분 부총리와 비슷했다. 일부 보직은 재임기간이 평균 1년도 안 돼 정책 및 업무 연속성은 도외시하고 조직 내부의 인사 숨통 틔우기에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테러자금 등 문제가 될 만한 각종 금융정보를 파악해 대처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현 정부 들어 벌써 6명의 원장(1급)을 배출했고 향후 인사 여부에 따라 7번째 원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장급 가운데도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정책국은 조원동 국장이 다른 보직으로 옮기면 현 정부에서만 5번째 국장이 나오게 된다.

○부동산정책 조율 과장은 6명째

고위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풍’이 덜할 것으로 보이는 과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국의 수석 과장 및 총무과장 등 8개 주요 과장의 인사를 분석한 결과 4년 동안 한 자리에 평균 4명이 거쳐 갔다.

거시정책 수립의 ‘현장 반장’ 격인 종합정책과장은 임종룡-강호인-윤종원-김철주(현) 과장이 잇따라 바통을 주고받았고, 금융정책의 실무 입안자인 금융정책과장도 신제윤-김광수-추경호-정은보(현) 과장이 1년 안팎 임기를 이어 갔다.

특히 핵심 정책을 놓고 타 부처와의 실무조율을 담당하는 정책조정총괄과장은 4년간 6명이 맡았다. 정책조정총괄과는 최근 들어 정부 전체의 부동산정책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타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최근까지 2년가량 재경부와 정책 현안을 놓고 토론과 입씨름을 벌여 왔는데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어 전임자의 정보와 지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서 인력 관리 필요”

인사가 잦았던 보직과는 달리 일부 자리는 한 명이 2년가량 해당 조직을 관장하며 안정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위직 중에서는 제1차관이 김광림(2003년 3월∼2005년 6월), 박병원(2005년 6월∼2007년 2월), 김석동(2007년 2월∼현재) 차관으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재임기간이 길었다.

특히 최근 사임한 박 전 차관은 1년 9개월가량 재직하며 민간택지 내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등 핵심 부동산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의견이 날카롭게 맞설 때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조율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한 보직에서 일하면서 안정적 실무능력을 보여 준 과장급 인사도 있다.

김익주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금융물류국장은 최근까지 2년간 국제금융과장으로 재직하며 환율 문제 등 국제금융 업무를 실무선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이다.

현재 단일 보직으로는 최장수(2년 11개월)인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금융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의 입안을 1년 가까이 맡고 있다.

박천오(행정학) 명지대 교수는 “주요 부처의 핵심 보직 인사는 내부 필요에 따르기보다는 정책 추진에 필요한 인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육성 관리하는 방향으로 방식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외부수혈 ‘개방형 공모’ 절반의 성공▼

재정경제부 공무원들은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부처 특성상 경제관료 가운데도 특히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행정고시를 거치지 않은 외부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재경부도 점차 개방형 공모를 늘려 가는 추세다.

현재 개방형 공모제로 선발되는 재경부 보직은 국장급 4명, 과장급 1명 등 모두 5명. 이 가운데 두 자리가 ‘순수 민간 출신 외부 인사’로 채워져 있다.

민현선 소비자정책과장은 2004년 11월 재경부 첫 여성 과장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민 과장은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옛 가정관리학과)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공모를 통해 특채됐다. 그는 최근 재경부와 3년 재계약을 해 최소 6년간 과장으로 재직하며 소비자 정책을 다루게 된다.

지난해 9월에는 장근호 홍익대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수개월간 공석이던 관세국장에 응모해 임명됐다.

재임기간이 짧아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한국관세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장 국장의 인선을 놓고 아직은 별 잡음이 없다. 관세국장은 그 전까지 주로 세제실 공무원이 돌아가며 맡아 왔다.

개방형 공모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관료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과 실제 업무 과정에서 그리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부정적 시각이 엇갈린다.

일부 보직은 여타 경제부처 인사들이 응모해 발탁되는 사례가 많아 여전히 ‘무늬만 공모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 한국적 관료 문화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경제관료로서의 축적된 경험 없이 전문적 지식만으로는 타 부처와의 원활한 정책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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